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트] '검법남녀2', 시즌제 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주다

‘검법남녀2’의 기상천외한 사건들과 확실한 캐릭터

MBC
MBC '검법남녀2'

'검법남녀2'는 시즌제 드라마가 우리에게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다. 시즌1의 성공을 이어서 더 강력한 몰입감으로 돌아온 '검법남녀2'. 우리네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은 이 드라마로 좀 더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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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검법남녀2'

◆MBC 드라마의 구원자가 된 '검법남녀'

작년 5월부터 7월까지 방영됐던 MBC '검법남녀'는 사실 그다지 큰 기대감 없이 시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MBC는 최승호 사장 체제로 바뀌긴 했지만 이전 10년 간의 방송 파행으로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부문은 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물러난 장근수 전 드라마 본부장은 정윤회씨의 아들 배우 정우식에게 특혜 출연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본인은 "정우식이 정윤회 아들인지 전혀 몰랐다"고 했지만 MBC 김민식 PD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장근수 본부장은 때로는 제작사 대표를 통해서, 때로는 연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특정 남자배우를 반드시 드라마에 출연시키라고 종용하셨습니다"라고 털어놔 저간의 MBC드라마의 파행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줬다. 실제로 제작사들과 작가들 그리고 배우들까지 나서서 MBC드라마를 보이콧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이러니 최승호 사장 체제로 바뀌어 정상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MBC드라마가 제 자리를 찾는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작년 '검법남녀'는 이런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MBC드라마의 가능성과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기여한 드라마가 되었다. 드라마에는 잘 출연하지 않던 정재영을 주인공으로 세운 건 사실상 캐스팅의 난항을 뚫기 위한 자구책에서 시작되었지만 '검법남녀'로서는 옳은 선택이 되었다. 정재영은 백범이라는 검시관 캐릭터를 200% 소화해내면서 '검시를 통한 증거' 이외에는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는 이 인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게다가 법의학이라는 소재는 사체 검시라는 자극적인 코드를 끌어들이면서도 그 정당성으로서의 정의 구현을 더함으로서 자극과 메시지의 적절한 균형을 가능하게 했다. 최고시청률 9.6%를 낸 '검법남녀'는 한 동안 힘겨운 길을 걸을 것이라 예고됐던 MBC드라마를 단번에 끌어올려준 구원자가 되었다. 이로써 고개를 돌렸던 작가들과 배우들도 조금씩 MBC드라마의 가능성과 진정성을 다시금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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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검법남녀2'

◆시즌2로 돌아온 '검법남녀', 더 강력해졌다

사실 미드 같은 경우, 법의학을 소재로 하는 장르물들은 넘쳐난다. 시즌12까지 나왔던 '본즈'나 무수한 시즌과 스핀오프를 만들어냈던 'CSI'가 대표적이다. 우리에게도 '싸인'이나 조선시대판 CSI라고 불리는 '별순검' 같은 드라마들이 있었지만, '검법남녀'는 검시관과 검사의 조합인데다, 다양한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소재로 가져오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부부가 각자 다른 공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특이한 사건을 가져와 누가 먼저 죽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재산상속의 문제를 다룬 에피소드가 그렇고, 연속살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살인은 하나이고 나머지는 사체를 가져와 연속살인인 것처럼 꾸며낸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가 그렇다. '검법남녀2'는 시즌1에서도 그러했듯이 어떤 정황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을 보여주고 끊임없이 그 예단과 예측이 틀렸다는 걸 백범 검시관이 증거로 증명해내는 과정을 그려낸다. 반전 요소들이 연속적으로 들어가 있어 시청자들은 계속 바뀌는 정황들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

이러한 에피소드별로 구성된 시즌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캐릭터다. 각각의 사건들이 병렬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꿰는 캐릭터의 강력한 힘이 있어야 드라마가 일관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소설 쓰지 마"라는 대사를 입에 달고 다니는 백범이라는 캐릭터는 확실히 요즘처럼 증거 없는 가짜 뉴스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주목하게 되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도베르망 캐릭터를 가져온 도지한 검사(오만석)라는 끈질긴 인물이 더해지고, 성실하게 끝까지 밀고나가는 은솔(정유미) 검사가 가세하면서 캐릭터들은 매력적인 조합을 만들었다. 여기에 백범을 보필하는 장성주(고규필)나 은솔을 돕는 강동식(박준규) 수사계장 같은 긴장을 살살 풀어주는 유쾌한 캐릭터들까지 더해졌다. 이 정도면 시즌3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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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검법남녀2'

◆'검법남녀2'가 담아내는 시대정서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검법남녀2'가 지금의 대중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시대정서다. 이번 시즌2에서는 특이하게도 검사와 검사, 의사와 의사의 대결구도가 들어가 있다. 그것은 백범이라는 검시관과 대적하는 인물이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는 닥터 K(노민우)라는 인물이고, 그를 사주하는 이들이 도지한과 은솔 검사의 수사를 방해하는 비리검사 노한신(안석환)과 갈대철(이도국)이라는 구도 때문이다.

그래서 노한신과 갈대철은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닥터 K를 조종해 증인이 될 만한 이들을 제거해나간다. 하지만 닥터 K가 법의학은 물론이고 동물학에도 일가견이 있는 의사라는 점은 검시로 증거를 찾아내는 백범을 미궁에 빠지게 만든다. 독사에 물려 죽은 것처럼 위장된 사체에서 다른 증거를 찾기 위해 검시에 집착하는 백범은 그것이 닥터 K가 그에게 보낸 일종의 도전이자 시험이라는 걸 조금씩 깨닫고 이성을 잃어간다. 즉 사체 앞에서는 결코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백범이 그 완벽주의에 흠집이 가기 시작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대결구도를 더 팽팽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런 대결구도는 현재 대중들이 가진 정서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많은 수사 요소를 가진 장르물들은 그 적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미 tvN '비밀의 숲'에서 검찰 조직 내부의 비리가 얼마나 커다란 사회적 악을 만들어내는가를 들여다 본 바 있지만, 최근에도 OCN '보이스' 같은 드라마에서 수사를 하는 형사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건 역시 내부의 적이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OCN '왓쳐' 같은 드라마는 그래서 비리 경찰들을 잡는 경찰 내부 비리조사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찬가지로 '검법남녀2'는 비리 검사들과 진실을 두고 벌어지는 한 판 대결을 그려내고 있다. 물론 여기에 사체를 두고 벌어지는 법의학과 법의학의 대결이 주는 묘미도 빠질 수 없지만.

최근 '검법남녀2'는 기자간담회에서 일찌감치 시즌3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사실 시즌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배우가 계속 출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재영과 정유미 모두 시즌3 합류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이에 화답하듯 노도철 PD도 시즌2 "마지막회에 시즌3의 도입부를 담을 것"이라고 해 '검법남녀'가 향후에도 시즌제를 계속 이어갈 거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제 국내드라마들도 시즌제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tvN '아스달 연대기'가 그렇고 JTBC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렇다. '검법남녀'는 그런 점에서 보면 보다 일찍이 시즌제의 정석을 시도한 드라마로 남을 것 같다. 어쩌면 훗날 예고된 드라마 시즌제에 중요한 기점을 만든 드라마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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