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대구에 10년째 살고 있는 일본인 A(41) 씨는 온라인 상에서 한일커플의 삶 등에 대해 써왔던 글을 당분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는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온갖 비방을 쏟아내는 글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당분간은 글을 쓰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일본상품 불매 운동 등 국내에서 반일 여론이 들끓으면서 그 불똥이 국내 거주하는 한일커플에게도 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는 익명성에 기댄 강도 높은 비방이 줄을 이으면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11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후 귀화해 대구에서 6년째 살고 있는 일본인 B(40) 씨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외모상으로 드러나는 차이가 없다 보니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면서 "더구나 주위 분들은 최근 반일감정 때문에 불편하진 않으냐고 오히려 걱정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다만 B씨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자녀다. 그는 "엄마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지 걱정스럽다"며 "한일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눈치 아닌 눈치를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B씨는 "한일관계가 역사적 문제부터 많은 감정이 엮인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항상 아이들에게 나라 간의 관계와는 별개로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준다"며 "아무쪼록 한일관계도 우호적인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인 아내와 함께 일본맥주를 사러 갔다 길거리 시민들에게 봉변을 당한 한 한국인 남성의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통계청의 최근 3년간 국적별 외국인 혼인 통계에 따르면 일본 국적의 배우자와 혼인한 전국 건수는 2016년 1천219건, 2017년 1천154건, 2018년 1천100건에 달한다. 대구에서도 같은 기간 45건, 39건, 40건으로 한일커플의 혼인 건수가 꾸준하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악화한 한일관계의 원인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우리 안의 일본인들을 보듬는 편이 현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데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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