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황교안 대표, 예산 타령 외에는 내놓을 정책이 없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대구에서 중소기업을 방문하고 경제토론회도 열었지만, 그리 개운치 만은 않다. 어려운 지역 경제를 살피는 것은 바람직한 행보라고 해도, 발언 내용만 볼 때는 지역 경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2월 대표 취임 이후 다사다난했음은 잘 알지만, 한국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황 대표가 이날 '대구 경제 살리기 토론회'에 참석해 중점적으로 밝힌 것은 예산 문제였다. 그는 "대구 경제가 홀대받고 후퇴하고 있다"며 "내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대구경북이 홀대받는 일이 없도록 챙기고 또 챙기겠다"고 했다. 대구시·경북도가 보내준 자료를 보고 예산 문제를 강조했겠지만, 국회의원이라면 모를까 당 대표가 중심 주제로 삼기에는 걸맞지 않은 사안이다.

황 대표는 지역 경제에 대한 비전이나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구체성마저 없었다. 그는 "근본적으로 대구의 경제 체제를 바꾸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혁신 지원 방안도 챙겨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이유로 소득주도성장과 민주노총의 횡포를 들며 정치 공세를 쏟아냈다.

아무리 이날 토론회가 학계 전문가, 기업인, 전통시장 상인 등 참석자의 말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자리라고 해도, 지역 경제 해법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피상적인 얘기로 일관한 것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항 이전, 대구-구미 상수원 문제 등 현안을 피해간 것이나, 정책이나 대안을 심층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지역 경제에 대한 몰이해 때문일 것이다.

대구경북은 전통적인 한국당 강세 지역이다. 당 대표가 지역 경제 현실과 지역민의 살림살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지역의 '맹주'로 인정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지역민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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