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일제 상징물 공공사용 제한 조례안, 실천 가능한 규정 돼야

16일 개의한 대구시의회가 김병태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구시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사용 제한 조례안'을 심의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례안의 목적은 올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려는 뜻에서,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 사용(공공 장소와 공공 행사)을 제한·조정하기 위한 만큼 나름 의미있고 반길 만한 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조례안 심의 처리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발의된 내용을 보면 지적할 점이 적지 않다. 먼저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에 대해서다. 해당 조항은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 및 이를 연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된 유사 디자인'과 '일제강점하 강제징용, 위안부 등 피해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의도로 사용된 디자인'으로 돼 있다. 규정 내용과 적용 범위가 너무 포괄적인 데다 애매하기도 한 까닭에 객관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흔히 '욱일승천기'(욱일기)로 불리는 옛 제국주의 일본 해군기처럼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에 포함되는 대상을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히 밝히고 그 잣대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과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적잖고, 조례안 제정의 뜻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칫 이런 규정을 남용·악용할 경우 설치될 심의기구(심의위원회)를 통한 해결까지 괜한 갈등과 소모전은 어쩔 수 없다.

제대로 손질을 거쳐 이번 조례안이 마련되면, 지난 2016년 대구의 한 축제장에서처럼 욱일기 모양의 도안을 한 깃발을 앞세워 행진한 바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은 아예 처음부터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과거 일제강점기 식민지배 반성은커녕 아픈 과거사를 상품화하려는 불순한 의도의 차단도 가능하다. 나아가 공공 사용을 넘어 민간 영역까지 퍼지는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유럽 국가가 과거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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