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기존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일자리다. 경제발전은 물론 개인의 소득과 정부 세금은 모두 일자리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의 상용화로 촉발되고 있는 일자리의 자동화는 무엇보다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또한 세계화와 디지털 경제가 자연스러운 지금, 기술 발달이 계층 사다리까지 걷어치우고 있다.
이 책은 일과 일자리가 갖는 정체성의 비밀을 파헤치고 일의 보람과 의미의 실체를 밝힌다. 이어 과거에 교육 격차가 임금 격차를 낳는 과정을 탐구한 뒤, 이제는 단순한 대학 학위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짚어낸다. 직업훈련에 매진하는 지역대학의 성과와 한계를 지적하고 실직자 재훈련의 민낯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준비하고 만들어내고 유지할 것인가?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지는 이유는
과거에는 열심히 노력만하면 직업의 사다리를 통해 중산층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일자리 증가가 빈곤율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고, 중산층 비율도 높아지지 않았다. 디지털 경제는 소수의 호사스런 고소득 일자리와 저임금 일자리를 창출했다.
요즘 영화관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직원에게 표를 사거나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계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창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사실 중 하나는 인간에게는 어렵지만은 기계는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일이나 식당 테이블에 물잔을 놓는 일은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지만 기계로서는 난도가 높은 직업이다. 반대로 부기, 회계, 법률 분석처럼 높은 수준의 논리 추론이 요구되는 일은 인간에게 어렵지만 기계 입장은 쉬운 작업이다. 저임금 일자리보다는 나름의 기술역량을 요구하는 중간 수준 임금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중산층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가 많아지면 다 해결될까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일자리의 미래 2018' 보고서는 향후 5년간 창출될 일자리는 1억3천30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로봇에 의해 대체될 일자리는 그 절반 정도인 7천500만 개로 예상했다. WEF가 2016년 향후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에 비하면 낙관적인 전망으로 바뀌었다. 일자리는 사람들의 생계와 정체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자리의 증가와 감소에 따라 온 나라의 분위기가 바뀌고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이는 또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선거 결과를 결정짓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자리가 많아지면 우리 소득도 높아지고 삶도 좀 풍족해질까. 중요한 것은 일자리 양보다 질의 문제다.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을 적게 주는 일자리가 아무리 늘어나봐야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례로 대학 시간강사, 농장 노동자, 마늘공장 노동자 등 일자리는 일이 가혹할뿐만 아니라 생활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자리를 볼모로 잡는 대기업들
미국 텍사스 어빙시는 아마존 물류창고를 유치하기 위해 총 2억9천600만 달러에 달하는 세제혜택 등 특혜를 제공했다. 지역 주민들이 취업할 수 있는 훌륭한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다. 어빙시민들은 아마존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시간당 8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아마존은 텍사스주와 미지급 세금문제가 불거지자 어빙시를 떠나 조건이 좋은 테네시 채터누가로 물류창고를 옮겼다. 채터누가 역시 아마존을 모셔오기 위해 의회는 3천만달러에 달하는 특혜조치를 의결했고 아마존에 32만3천748㎡의 토지도 무상 제공했다. 이에 호응한 아마존은 1천467개의 풀타임 정규직과 2천400개의 기간제 계약직을 약속했다. 정규직 임금은 시간당 11.25달러를 받게 됐지만 당시 미국 평균 시급은 24.57달러로 절반도 안되었다. 고용률 높이기에 급급한 정부가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세금을 대기업을 지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기업이 일자리를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나서야 일자리 극복 가능
국가적인 일자리 대란을 극복하는 첫 단추는 일하고자 하는 욕구가 인간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지원하고 유지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실행적인 방법은 공공정책의 핵심 어젠다가 되도록 정부와 기업이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간을 기계보다 한 걸음 앞서도록 교육하는 일은 헛되다. 우리의 사고방식 자체를 역설계해서 우수한 기술을 십분 활용해 사람들이 일로부터 진정한 가치를 도출해내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고용창출 해법은 메이커 운동, 21세기형 노동조합, 근로소득세 개편, 기본소득제도 확립,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사회적 제도적 합의도 중요하다. 지은이는 "일자리 문제에 '낙수효과'라는 해법은 없다"고 못박은 뒤 "기업, 정부, 교육계, 노동자, 일반 시민 등 당사자 모두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일자리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48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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