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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소극장 오페라를 만들자!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대구를 흔히들 공연의 도시라고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오페라는 대구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독보적 존재감을 유지해 왔다. 지역을 거점으로 한 음악대학에서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 시켰으며 많은 민간 오페라단이 창단되어 질적인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고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탄생과 대구국제 오페라축제의 진행은 그야말로 오페라의 도시다운 면모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대구에서는 타 공연 장르와는 다르게 생산과 소비와 유통의 경쟁력 있는 구조를 가진 것이 오페라라 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대중화의 흐름 속에 뮤지컬 쪽에 그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페라가 일반 대중들에겐 친숙하지 않다 보니 오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오페라뿐만이 아닌 현시대에 대한 문화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예술계에도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는듯하다.

몇 해 전 환경미화원 분들의 회식 자리가 있었는데 우연히 그 옆자리에 성악가와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고 그분들에게 공연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시켜줬는데 공연을 한 번도 보지 않는 분들이 많다 보니 갑자기 즉석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고 나대신 그 성악가는 흔쾌히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 주었다. 놀랍게도 그 결과는 과히 폭발적이었다. 앙코르에 부라보까지, '대중가요 보다 훨씬 낫네' '내 귀가 호강했어' 등 보는 이들도 하는 이도 하나가 되는 광경이었다. 하나의 작은 식당에서 이루어진 멋진 공연이었으며 정말 감동적이었다. 성악가가 바로 코앞에서 불러주는 그 노래는 자기 몸속에 흐르는 리듬과 감성을 깨닫고 희열을 느꼈기에 환호를 하였을 것이다. 그분들은 보지 못한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다. 난 그때 생각했다 "이분들이 몰라서 안본 것이 아니라 안 봐서 모르는 거였구나. 그러면 보게 하자." 바로 여기에 답이 있는 듯했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 무대와 객석의 교감이 바로 이루어지는 곳, 특권층으로 나누어져 보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가격대로 볼 수 있는 곳, 바로 소극장 문화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며 소극장 문화와 멀리 있는 오페라계도 바로 여기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대구국제오페라 축제도 소극장 오페라를 매년 추진하고 있고 소극장 오페라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소극장 오페라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바로 민간 오페라단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소극장에서 올릴 수 있는 창작품들이 나와야 하고 작품의 테마 역시 지금과는 다른 다양성을 지녀야 할 것이고 장기 공연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소극장에 오페라, 뮤지컬, 연극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상생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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