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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아베의 뿌리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반골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오사무(靑木理)가 쓴 '아베 삼대'(安倍 三代)는 일본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베 가문 3대의 가족사를 통해 침략과 패전 그리고 전후 부흥의 일본 현대사를 압축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그저 좋은 집안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일본 '세습 정치'의 산물로 정계에 들어와 최장기 집권 총리로 '평화헌법' 개정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우익의 괴물이 되어 버렸다.

신조의 할아버지 간(寛)은 양조업을 하는 지주의 후손으로 동경제국대를 나와 반전·평화주의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지금도 고향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신조의 아버지 신타로(晋太郎)도 동경제국대 출신으로 가미카제 특공대에 지원했지만 출격 직전 전쟁이 끝났다.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겪었다. 마이니치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중 후일 총리가 되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의 딸과 결혼했다.

기시의 후광으로 승승장구하며 자민당 간사장과 관방장관·외무상 등을 지낸 보수주의자이면서도 평화헌법 옹호론자였다. 처가인 기시 가문의 대열에 합류했지만, 아버지 간을 존경했다. 신타로의 차남으로 태어난 신조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바쁜 아버지와 소원했던 반면 외할아버지인 기시를 무척 따랐다. 동경대를 못 가서 아버지의 질책도 받았다. 직장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외무상이 된 아버지의 강요로 비서관이 되어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신조는 정치적으로 친가를 외면하고 외가의 계보를 택했다. 한국의 불행이다. 외조부 기시는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했던 군국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신조는 "나는 신타로의 아들이지만 기시의 DNA를 이어받았다"고 공언한다. 신조는 정치 명문가인 외가와 외교관 아버지를 자양분으로 잔뼈가 굵었다. 능수능란한 현실주의자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일 경제 전쟁으로 누란의 시국이다. 우리에게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프로 정신이 절실하다. 상대는 얼치기 전문가들의 우왕좌왕과 감상적 민족주의로는 대적할 수 없는 제국의 첨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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