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48·가명) 씨는 말없이 김재민(9·가명)군을 꼭 끌어안았다. 그는 건강하던 막내아들의 갑상선암 진단을 받으면서 가슴이 타들어가기도 잠시, 재민이가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살아가야한다는 한다는 말에 억장이 무너져버렸다. 김 씨 또한 발작 증세로 30여년 넘게 약에 의지해 살았기 때문에 그 불편함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재민이와 애엄마가 병원까지 가는데만 버스를 타고 2시간이 걸려야 하는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100만원 조금넘는 기초생활수급금이 여섯가족의 거의 유일한 수입원인 상황에서 김 씨네 가족은 현재 벼랑 끝에 서있다. 근로능력이 없는 아빠를 대신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오던 엄마도 재민이를 돌봐야 해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 두드러기 증세에 목 부어, 알고보니 갑상선암
재민이는 지난 2월부터 등과 다리에 뾰루지 같은 두드러기가 생기다가 갑자기 목이 크게 부어올랐다. 개인병원에서는 알레르기성 두드러기라고 했지만 아무리 약을 먹어도 도통 차도가 없었다.
재민이의 온 몸이 좁쌀 모양의 두드러기로 뒤덮였을 무렵 갑상선 유두암 진단이 나왔다. 엄마 채혜선(41·가명) 씨는 "처음 간지럽다고 할 때도 전날 고등어를 잘못 먹어 알레르기가 생긴줄로만 알았다"며 "무척 건강한 아이었는데 병원에서도 갑상선암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더라"고 하소연했다.
재민이는 지난 4월 30일 갑상선과 오른쪽 임파선 상당부분을 잘라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3개월에 한번씩 병원에 들려야한다. 더구나 벌써 왼쪽 임파선을 중심으로 암세포가 전이돼 섣불리 병세를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살 아이는 앞으로도 꾸준히 정기검진과방사성동위원소 치료가 필요하고 특히 갑상선 호르몬제는 평생 먹어야 한다.
재민이네는 현재 기초생활수급가구로 재민이 암 치료도 지원받을 수 있어 병원비 부담이 크지는 않지만 문제는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아무런 수입도 없는 상태에서 환자까지 있는 여섯 식구가 수급비만으로 살아가기엔 입에 풀칠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 못하는 아빠 엄마, 생활고에 벼랑끝에 선 심정
김 씨는 1993년 오토바이를 타다 전봇대에 머리를 크게 부딪혔다. 뇌수술 후 몇주만 할 수 있었지만 후유증으로 30여년 간질과 발작증세를 앓고 있다. 오른쪽 팔에서 시작된 경련으로 손이 서서히 몸 쪽으로 꺾여 들어가면 의식을 잃는다.
그는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 바늘로 찔러도 아무 감각이 없다보니 기절하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꼭 잡고 있다 두 번이나 부러뜨린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비정상적인 몸상태 탓에 일용직 외에 뚜렷한 직장이 없다.
지난해 11월에는 집 근처 건설현장에서 일을 한지 5일만에 2층에서 떨어져 뒷꿈치뼈가 부서져 버렸다. 그는 생계걱정이 크지만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동안 채 씨가 남편을 대신해 자동차부품 공장, 마트 야채상 등 비정기적으로 근로를 해서 간신히 네 자녀를 키울 수 있었다. 그마저도 재민이가 암에 걸리면서 간병을 위해 그만 둔 상태다.
군대에 있는 맏아들과 중·고등학생인 두 딸, 여기에다 암을 앓는 재민이만 생각하면 채 씨는 눈 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채 씨는 "아이들이 가정형편을 너무 잘 알다보니 '대학 안 간다, 괜찮다'고 말한다. 스스로 알아서 잘 커줘서 고맙기만 하지만, 어려운 형편 탓에 하고 싶은 일 마음껏 못하고 포기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부모 잘못이다"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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