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 대란 시대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발생량은 41만t으로, 2000년에 비해 1.8배 늘었다.
특히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는 등 질적으로도 나빠지고 있다. 하지만 분리수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재활용 업체 등 이를 처리할 설비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불법 폐기물 매립과 해외 밀수출 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일신문은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대한민국의 폐기물 배출 및 처리 실태를 점검해보고, 자연과 공존할 방법이 없는지 국내외 사례와 전문가 분석을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증가한 1인 가구, 폐기물 배출량은?
혼자 사는 직장인 A(32) 씨는 보통 저녁이나 주말 끼니를 배달음식이나 편의점 간편식으로 해결한다. 이후 그는 음식물 국물만 싱크대에 따라 버린 뒤 랩과 플라스틱 용기, 나무젓가락, 각종 일회용 티슈 등을 종량제 봉투에 우겨넣는다.
A씨는 "벌건 국물이 물든 플라스틱 그릇은 재활용도 어렵다고 들었다"면서 "여름철에는 냄새 때문에 요일마다 정해진 쓰레기 배출 날짜를 지키기도 힘들어 그냥 한꺼번에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고 있다"고 했다.
1·2인 소규모 가구가 폐기물 증가의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1인 가구 전용 소포장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제품은 3인 이상 다인 가구에 맞춰져 있는 탓에 실제 사용하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은 실정인 것. 게다가 배달음식 이용도 잦아 포장재 등 1회용품 소비량 역시 늘고 있다.
매일신문 기자들이 직접 1주일간 가정 내 생활폐기물 배출량 실험을 했다. 최근 독립한 1인 가구 이주형 기자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1주일 동안 5.9㎏의 폐기물을 모았다. 그는 "이사 과정에서 생활용품을 사면서 택배로 받은 종이상자, 비닐·스티로폼 등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들여다보면 1인 가구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캔과, 플라스틱 등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 비중이 특히 높았다. 2ℓ짜리 생수통 12개가 나왔고, 카페에서 마신 테이크아웃 커피잔이나 편의점에서 산 간식과 음료 등도 다수였다. 매일 2번 이상 마신 탄산음료와 맥주, 햄 등의 캔도 쇼핑용 대형 종이봉투 2개를 가득 채울 만큼 모였다.
여기에다 대형마트에서 산 채소류와 가공식품류의 포장 비닐과 스티로폼 포장재, 1주일 새 3번 주문해 먹은 배달음식에서도 상당한 양의 일회용기 폐기물이 발생했다. 재활용하기 어려운 휴지 등 일반쓰레기도 10ℓ 규격 종량제 봉투 3개를 가득 채웠다.
이 기자는 "처음엔 쓰레기를 주방에 모으다가 양이 늘어 13㎡ 면적 방에 옮겨야 했다. 결국 방바닥 절반 이상이 택배 쓰레기로 가득차더라"고 했다.
이에 비해 4인 가구인 김우정 기자가 지난달 24~30일 모은 폐기물은 13㎏으로 1인당 3.25㎏에 불과했다. 종류별로는 ▷종이(신문, 택배상자, 포장재) 3.5㎏ ▷플라스틱(페트병, 포장재) 3㎏ ▷유리병(소주, 음료) 5㎏ ▷캔(음료, 맥주) 1.5㎏ 등이었다.
비닐 포장재와 비닐봉지 등이 사과상자 한 박스를 채웠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생활폐기물은 20ℓ 정도였다. 음식물 쓰레기 또한 종량제봉투 10ℓ 부피로 나타났다.
김 기자는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서 소주와 음료병이 많았던 것을 제외하면 쓰레기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4인 가구가 함께 생활하면서 시장에서 장을 봐 직접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2017년 한가구당 평균 5.88㎏ 버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생활폐기물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3년(2015~2017년) 동안 대구경북 인구·가구 당 생활폐기물 발생 및 배출량을 보면 늘어난 가구 수만큼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자원순환시스템에서 최근 3년(2015~2017년) 간 지역별 생활폐기물 발생 총량을 보면 대구경북 지역은 2015년 5천772t에서 2017년 6천059t으로 287t(5%) 늘었다.
이 기간 대구경북의 인구는 526만6천여명에서 500만3천여명으로 5% 감소한 반면, 1·2인 가구 수의 증가로 전체 가구 수는 같은 기간 201만6천 가구에서 206만3천여 가구로 2.4% 늘었다.
생활폐기물 중에서는 택배로 인해 발생하는 양도 상당하다.
맞벌이 부부 B(38) 씨는 "솔직히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큼 쓰레기 배출량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시간에 쫓기다 보니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택배 물량은 25억4천278만개로,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는 49회에 달한다. 이때 택배 상자뿐 아니라 비닐 테이프, 비닐 완충재, 아이스팩, 플라스틱 포장재 등 다양한 쓰레기가 쏟아진다.
이에 대해 국내 폐기물 문제를 수년간 연구해온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이제는 대량 소비문화를 멈추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우선 1회용품 줄이기와 분리수거 제대로 하기 등 개인적 차원의 소비·배출 습관 전환이 시급하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생산·유통업계의 포장재를 줄이는 정책적 규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