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판 봉이 김선달? "대자연을 판다!"

(주)디지포엠, 대자연을 담은 영상 콘텐츠 국내외 인기

㈜디지포엠 직원들이 대자연을 담은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3주~1달 정도의 현지 촬영이 끝나면 3달가량의 편집 과정이 이어진다. 석민 선임기자
㈜디지포엠 직원들이 대자연을 담은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3주~1달 정도의 현지 촬영이 끝나면 3달가량의 편집 과정이 이어진다. 석민 선임기자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6시간 동안이나 보여주는 TV 채널이 있다고 하면 믿어질까? 노르웨이의 슬로우TV에서 실제 방영된 프로그램이다. 더욱이 이 영상은 유럽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선진국에선 이미 '명상' '힐링' TV채널이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됐다.

하지만 등장인물 하나 없이 오로지 대자연의 풍광만 보여주는 영상 콘텐츠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휴식을 위한 자연 영상'을 제작하는 업체가 전 세계에서 5곳 정도뿐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구스마트미디어센터에 입주한 (주)디지포엠은 이 별난 기업 중 하나이다.

㈜디지포엠(대표 김기서)은 지난해 말 LG유플러스 브라보 라이프 메인화면에 55편의 자연영상을 판매한데 이어 최근 국내 대표적 노래방기기업체 중 하나인 태진미디어에 150여 개 자연풍광을 담은 3시간짜리 영상을 라이센싱 방식으로 판매했다.

이번 달(7월)에는 캐나다의 글로벌기업 스팅레이미디어에 4편의 샘플을 팔았다. 스팅레이미디어는 전 세계에서 방송채널을 운영하고 있어 본격적인 추가 주문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창업 3년 만에 이룬 성과이다.

김기서 ㈜디지포엠 대표는 성공을 경험한 벤처기업가이다. 2002년 (주)로이월드를 창업, 6년만에 미국 디즈니 계열사인 라이프타임네트워크에 M&A(인수·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3년 간 라이프타임 코리아 대표로 경영을 맡았다.

새로운 도전의 기회는 뉴질랜드 생활(2012~2016) 중 우연히 다가왔다. 사진과 캠핑이 취미인 김 대표는 뉴질랜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어떤 때는 거대한 캠핑장에 나홀로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벤처기업가로 고단했던 삶이 저절로 힐링됐다.

발상의 전환은 전자제품 매장에서 나왔다. 선명한 화면을 자랑하는 UHD TV가 선보였던 것이다. 현재는 일반 UHD보다 4배 이상 더욱 선명한 4K UHD TV가 대중화한 상황이다. TV 화면 속 자연풍광이나 실제 자연모습 그대로나 별 차이가 없게 된 셈이다.

"이쯤되면 명상이나 힐링을 위해 반드시 대자연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문 너머 보이는 대자연의 풍광을 TV가 그대로 재현해주기 때문입니다. 평생 친구인 강병일 이사(영상감독)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이야기했고, 관광객이 가기 힘든 뉴질랜드 남·북섬의 아름다운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바로 창업 콘텐츠의 바탕이 됐습니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자연 콘텐츠는 현장촬영보다 편집에 더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3~4명이 한 팀이 되어 3주~1달 정도 촬영을 하면 이걸 편집하는 시간은 꼬박 3달 이상이 걸린다.

김 대표는 영상 콘텐츠 라이센싱 주문이 잇따르면서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었다. "솔직히 자연 영상을 국내에 판매하리라곤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죠. 자연의 모습과 소리를 담았을 뿐이니 통·번역을 하지 않고도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원 3명의 소기업이지만 창업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 것입니다."

김 대표는 주문에 따라 매출이 오르고 있는 만큼 콘텐츠를 더욱 보강하기 위해 필리핀 촬영을 시작했다. 또 조만간 태국· 마리아나제도·몽골 등으로 현지 촬영을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