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中휘장 먹칠에 백색테러까지…혼돈의 홍콩 '반중-친중' 극한대립

송환법 반대 일부 시위대 과격화…친중파 추정 테러도 발생
"리더십 부재·'三無 세대' 젊은층 좌절이 극렬 갈등 유발"

21일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검을 옷을 입은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시위대 과잉 진압 조사와 처벌 등을 요구하면서 행진해
21일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검을 옷을 입은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시위대 과잉 진압 조사와 처벌 등을 요구하면서 행진해 '검은 바다'를 방불케 했다. 연합뉴스

21일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앞의 중국 국가 휘장이 시위대에 의해 훼손돼 있다. 연합뉴스
21일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앞의 중국 국가 휘장이 시위대에 의해 훼손돼 있다.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의 대규모 시위가 폭력 사태로 얼룩지면서 '반(反)중국 대 친(親)중국' 진영간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사태를 중재할 리더십의 부재와 '삼무(三無) 세대'로 불리는 홍콩 젊은이들의 좌절이 깊어지면서 양측의 대립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주최 측 추산 43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한 21일 송환법 반대 시위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대법원 청사와 정부 청사 방향까지 나아가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특히 시위대 일부는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앞까지 가 중국 중앙정부를 상징하는 붉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는 등 강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시위대가 중국 중앙정부 기관을 직접 공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단체 구성원들이 고성능 폭발물을 소지했다가 적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홍콩 경찰은 19일 밤 췬안 지역의 한 공장 건물을 급습, 고성능 폭발 물질인 TATP(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 2kg을 포함해 각종 무기를 소지한 27세 남성을 현장서 검거하고 관련 용의자 2명을 더 체포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의 '반중국' 색채가 짙어지자 침묵을 지켰던 친중국 진영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일 홍콩 도심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맞서 공권력을 지지하고 질서 회복을 촉구하는 대규모 친중파 집회가 열려 참여 인원이 주최 측 추산 31만6천여명에 달했다.

21일 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각목 등을 들고 위안랑(元朗) 전철역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마구 폭행, 36명이 다치는 '백색테러'까지 벌어져 홍콩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홍콩 언론은 이들이 폭력조직인 삼합회 조직원들로 보이며, 주로 검은 옷을 입은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는 점에서 '친중파 배후설'을 제시했다.

이러한 극한 갈등에 대해 홍콩 중문대학의 정치학자 마웨(馬嶽)는 리더십 부재를 거론하며 "캐리 람 행정부는 시위대의 요구를 듣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끄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시위대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더 많은 사람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민주 진영도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가 민간인권전선 등과 같은 기존 조직이 아닌,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젊은 층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젊은 층은 한국의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처럼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사랑도 없는' 삼무 세대로 일부 젊은이들은 현 홍콩 상황에 좌절해 과격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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