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위'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위 음악을 들어 봤는가 또는 기억나는 선율이 있는가라고 하면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을 수 있다. 흔히 '시나위'를 두고 '부조화 속의 조화', '혼돈 속의 질서'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는 오롯이 연주자들의 즉흥성에 따라 결정되므로 그때 그때마다 다른 음악이 연주되기 때문이다.
시나위는 무속음악에 뿌리를 둔 즉흥 기악합주곡인데, 대금, 피리, 해금, 아쟁, 가야금, 거문고 등의 악기가 타악기의 일정한 장단(박자) 안에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연주하는 음악이다. 어떠한 악기가 선율적 길을 잡아 연주해가면 다른 악기들이 같이 받아주며 따라 가다가 또 다른 악기가 길을 잡아가면 나머지 악기들이 길을 따라 함께 가주기도 하고, 또 어떠한 시점에서는 각기 다른 선율들을 연주해감으로써 즉흥적인 다성 선율이 진행되기도 하기에 '부조화 속의 조화', '혼돈 속의 질서'라고 일컬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재즈와 흡사한 부분이 많기도 하다. 연주자들 간의 개인적인 실력과 서로 간의 호흡으로 그 음악의 예술성이 결정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부조화 속의 조화'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기와 잘 맞는 사람 즉, 상성이 잘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반면 아닌 사람도 있는데, 아닐 경우라도 같은 일을 하게 될 때가 많다. 서로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기 나름의 생각으로 일을 진행하면 어긋나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무조건 친하고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한다고 늘 그것이 좋은 결과만 얻게 되는 것도 아닌 듯하다. 다른 사람들이 모였어도 각자의 개성으로 자기가 맡은 역할에 충실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마치 시나위 음악처럼 다양성과 그 속에서 뜻밖의 조화로움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나의 음악 시나위를 위한 실내악 '영원'은 민속 기악합주에 피아노가 등장하여 새로운 음색을 보여준다. '혼돈 속의 질서'로 각각의 국악기들의 스스로의 연주를 뽐내며 진행하는데 피아노는 그들의 중재자 역할을 하여 모두가 더욱 조화롭게 들려질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떠한 일을 할 때 중재자 역할이 있다면 모두의 개성을 받아들이면서 효과적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그렇게 하였을 때 그 개성을 뽐낸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더욱 좋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 시나위 음악에서는 장구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악기들이 각자의 선율로 음악을 진행할 때 장구는 그 뼈대를 지키며 다른 악기들이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러다가 가끔씩 음악을 꾸며주면서 악기들을 북돋아주고 힘을 실어주는데, 이것이 중재자 혹은 리더의 여러 덕목 중 하나 아닐까?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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