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글로컬 시대의 도래는 생소한 듯하지만 현실의 한 단면이다. 각종 SNS는 이미 국경을 허물어 버렸고 직원 3, 4명의 지방 벤처기업조차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기획한다. 로컬(지방)에서 서울(중앙)을 거치지 않고 전 세계와 직접 교류·소통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지방민을 서울·수도권에 뒤이은 3류 시민으로, 지방의 산업을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하청 구조 또는 수도권에 뒤진 열등한 기업군으로만 인식하는 데 익숙한 분들에게는 퍽이나 낯설다. 더군다나 하이퍼 글로컬 시대 지방민은 곧 세계시민이다.
그러나 또 다른 지방의 엄혹한 현실은 소외되고 외면받는 3류 시민으로서의 지방민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지금은 혁신성장·포용성장으로 외투를 갈아입었지만) 정책은 그 의도와는 반대로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계층과 지역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대구경북 시도민이 그 최대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것은 대구경북 산업구조의 취약성과 지리적 소외(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경쟁력 약화 요인) 탓이다.
사실 현재의 어려움보다 더 큰 고통은 '내일의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의 청년, 특히 대구경북 청년이 겪는 상실감과 암담함·박탈감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복학왕의 사회학(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에서는 지방 대학생의 내면을 '적당주의' '알지 않으려는 의지' '가족만이 최고의 가치' 등으로 분석했다. '어차피 해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간파했다.
3류주의에 빠진 우리의 청년을 어떻게 대구(경북)에 사는 글로벌 세계시민으로 바꿔 갈 수 있을까. 올봄 경북대와 계명대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한 지역학(대구경북학) 강의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세계화와 정체성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했다. 자기 정체성과 세계화가 균형 있게 형성·발전하지 않으면 세계화는 비극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금 지방 청년은 '국가 중심의 중앙적(서울) 획일화' 함정에 빠져 있다. 그래서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3류 시민이고, 실패한 인생이 된다. 대구경북학 강의는 지역의 역사·경제·사회·문화·행정 등에 대한 체계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 '서울 중심 획일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기초를 닦을 수 있게 돕는 셈이다. 대구(경북) 청년이 지역을 자신의 경제·사회·문화 활동의 주요 단위로 인식하고, (공간, 문화 감성, 시대 가치, 생활 실감 등을 통해) 지역과 개인 간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지역에 대한 감각의 다양화가 생겨나게 되고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청년들의 자기활동이 일어난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대구(경북) 청년'은 '글로벌 세계시민'으로 재탄생한다. 세계가 그들의 무대이고, 지역에서 세계를 보며,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대구(경북)는 마음의 고향이다.
이미 가능성의 싹은 틔웠다. "…수강의 가장 큰 성과는 막연함·무지에서 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었다는 것과, 내 지역을 온전히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할 때는 안 좋은 것만 보이니 점점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쌓였는데, 정확히 바라보니 비로소 우리 경북·대구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경북대 학생의 후기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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