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은 오래된 교육법 중 하나다. 현장학습이다. 교육자 입장에선 최선의 교수법이다. 우리 땅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역사적, 지리적 의의를 되짚는다. 학생에게 수학여행은 '평생의 추억'이다. 현장 학습은 부차적이다. 교사의 설명이 첨가되면 성가신 강요로 여기기도 한다. "이거 시험에 나온다"고 하면 눈빛이 바뀌겠지만.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대의에 충실한 교육법이다. 방학, 소풍도 동류항으로 나뉜다. 오래됐다. 교사의 의도와 학생의 풀이가 꼭 일치하진 않지만 교육 목적에는 부합한다. 평생의 추억이 만들어지는 시간들이다. 인성 함양에 이만 한 게 또 있나.
독자 서정남(여·61) 씨가 보내온 사진이다. 경남 통영의 한 허름한 여관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명여중 2학년생들이 대구를 떠난 건 1972년 10월 11일이었다. 통영을 거쳐 부산으로 이어진 경로였다. 당시에는 통영으로 연결되는 연륙교가 없었다. 경남 고성에서 배를 타야했다. 배에 오르고 얼마 안 돼 난리가 났다. 난생 처음 배를 탄 대구 여중생들의 뱃멀미 탓이었다. 겨우겨우 숙소로 왔다. 좀체 외박이 허용되지 않던 때, 친구들과 고대하던 첫 외박은 엉망이 됐다.
사진은 12일 아침식사 모습이다. 식사중인 여학생들의 모습에서 결기가 느껴진다. 숟가락을 입에 가져다대고 있는 학생(왼쪽에서 두번째)이 서정남 씨다. 좁은 공간에서 꿇어앉아 아침밥을 먹는다. 먹성 하나는 최절정인 사춘기다. 뱃멀미로 빠진 기력을 회복하려는 듯 숟가락까지 씹어 먹을 기세다.
반백년 가까이 지났다. 사진을 보면 당시 상황이 그려진다. 친구들과 만나면 사진에 없던 기억까지 채워진다. 사진은 빛바래져도 기억은 뚜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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