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같이&따로] 이성과 감성 사이…그 어딘가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성과 감성으로 인간은 살아간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살아간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성적으로만 산다면 인간미 없는 고지식한 인간으로, 감성적으로만 산다면 기분에만 이끌리는 즉흥적 인간으로 인정될 것이다. 그래서 사안에 따라 감성과 이성을 조화시켜 사는 것이 가장 덜 손해 보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 개인들이 모인 국가는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도 어느 한쪽에 치우친 시기는 파시즘, 국수주의라는 광풍에 휩쓸려 큰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을 인류의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서론이 좀 길었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계속 일본에 대해 국제 기준에 따르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일본은 꿈적도 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을 보면서 우리의 '감성과 이성'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일 일본은 한국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를 겨냥한 3대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항의했다. 일본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다음 단계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되면 1천100여 개 품목 수입에 차질이 생겨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났다. 정부의 대응을 두고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각자의 입장에서 내부의 갈등이 격화되었다. 지난 19일 일본 외무상은 주일 대사를 초치해 일본의 중재위 불응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주일 대사의 발언도 중간에 자르고 자신의 말만 하는 외교적 결례까지 보란 듯이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에 앞서 12일에는 한국의 국장급 협의 제안도 거부하며 실무자급 회의를 받아들여 경제산업성 청사의 창고 같은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하면서 한국을 대놓고 홀대하였다.

그리고 지난 21일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이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안정적 국정 운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언론에서는 한국 때리기는 계속될 것이며, 개헌 발의선까지 확보하지 못했지만 군대를 합법적으로 보유하는 개헌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일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미국과 교감 없이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의 수출규제 3대 품목 발표에서부터 아베의 참의원 선거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두고 한국 내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주장도 은연중에 나오고 있다. 가장 약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참으로 안타깝고 어이없는 비판이다. 더 나아가 사법부 판결로 인해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주장까지 SNS상에서 돌고 있다. 이순신, 서희 등 역사 속 인물들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소환되고 친일파, 일본팔이, 이적 행위 등 원색적 비난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자는 주장에서부터 일본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주장, 애국주의, 국수주의, 신중론, 실익론, 무능론 등 너무 많은 감성과 이성이 혼재하고 있다.

감성적으로는 일본의 행위가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이성적으로는 감성적 대응만이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일본과의 문제는 감성적으로만 혹은 이성적으로만 대응해서 해법을 찾기 어렵다. 23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의제 논의, 24일 일본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관련 의견 수렴 등 이번 주가 한국과 일본의 경제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은 확실하다. 이성과 감성 사이, 그 어딘가에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일제강점기의 역사로 인해 아픈 사람을 감성적으로 위로해주고, 앞으로 국익을 위해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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