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참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아마존에서 쇼핑을 하고 페이스북에서 친목을 다지고 애플을 통해 여가를 즐기고 구글에서 정보를 얻는다. 효율성을 판매한다고 하는 이들 기업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이들은 사람들을 편의성에 중독시키고, 편협적인 오류투성이의 문화에 익숙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우리를 개인의 사유, 자율적인 사고, 고독한 성찰의 시간이 사라진 세계로 이끈다. 테크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고 있을까.

◆획일주의로 유도하는 테크 기업들
테크 기업들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존재이며 집단적으로 존재하도록 태어났다고 믿는다. 인간의 개인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네트워크와 집단이 가진 지혜, 그리고 협업을 신뢰한다. 그래서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테크 기업들의 야망은 오랫동안 인간이 지켜온 자유주의적인 가치, 특히 지적 재산과 프라이버시의 개념을 뒤흔드는 것이다. 이들은 공공연하게 무단복제를 권하고, 그럼으로써 지식의 생산과 관련된 노고를 평가절하하며, 데이터들을 무작위로 수집해 마음대로 실험에 활용하고, 알고리즘이 만병통치약인 듯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의도를 감춘다. 이런 환경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적 추구와 생산은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들은 전통적인 게이트키퍼의 비효율을 지적하며 그 순기능을 사라지게 만들고, 경쟁을 비판하고 협력을 찬양하는 듯하면서 독점을 옹호하고, 결국 거대한 획일주의, 순응적 사고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다.

◆사상 최대 지적재산권 침해 구글
구글의 공동 창시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연구를 중시한다. 구글은 지난해 1250만달러를 당장 돈벌이가 되지 않을 R&D에 사용했을 만큼 연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스타급 교수들이 대학을 떠나 구글에 머물면서 연구를 몰두했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과학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구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기로 하면서 사상 최대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도모했다. 도서관으로 트럭을 보내 책을 박스에 담아 운반하고 재빨리 스캔을 마친 후 반납하곤 했다. 구글은 왜 그런 일을 하려 했을까. 구글이 시장 지배를 유지하려면 검색엔진이 모든 정보를 커버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쉽게 드러나지 않는 다른 이유도 있다. 구글 기술사학자는 "사람들이 읽게 하려고 책을 스캔하는 게 아니고, AI가 읽게 하려고 스캔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류 지식의 보고조차도 구글에게는 기계를 훈련시키기 위한 재료에 불과했다.

◆페북, 인간의 자유의지와 전쟁 중
페이스북 창시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테크노크라시를 추구하는 오랜 정치적 전통의 후계자다. 일 안하는 정치인을 없애고 그 자리에 엔지니어를 앉히고 싶다는 꿈이었다. 엔지니어들이 사심 없는 정치를 하는 기술관료, 즉 테크노크라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구체제의 권력을 무너뜨리고, 과학정신으로 정치를 하게 될 것이고, 이성과 질서를 이룩할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페북 운영 주체도 엔지니어들이 주류다. 페북은 사용자들의 자유의지를 조종해보고 있다. 페북의 알고리즘은 10만개가 넘는 시그널을 사용해서 사용자가 무엇을 볼지를 결정한다. 어떤 시그널들은 페북 사용자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어떤 것들은 사용자의 특정 습관이나 그 친구의 습성을 반영한다. 페북은 감정도 전염 가능한지를 실험하려 했다. 한 집단 사용자들에게는 뉴스피드에 등장하는 포스트에서 긍정적인 단어를 빼버렸고, 다른 집단에게는 부정적인 단어를 빼버렸다. 페북은 각 집단이 편집된 포스트에 드러난 감정을 반영하는 포스트를 썼다.

◆지식의 가치를 파괴하는 아마존
책을 팔아서 큰 돈을 벌겠다는 망상은 지식인들이나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책을 사랑하는 지식인이 아니다. 인터넷 등장으로 지식의 가격이 땅에 덜어지자 지식을 떠받히고 있는 기둥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을 가장 먼저 발견해 테크 제국을 건설했다. 베조스는 아마존을 구상했던 1994년, 소규모 헤지펀드 기업의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였다. 엔지니어로 교육을 받아 논리적 마인드로 중무장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스프레드시트에 대해 근본주의에 가까운 신뢰를 갖고 있었다. 인류가 디지털로 저장한 지식의 양이 아날로그로 저장한 양을 넘어선 것은 2002년이다. 인터넷은 공짜 콘텐츠의 범람과 독자들의 주의력 결핍을 가져왔다. 아마존은 책의 가치를 떨어뜨려서 책의 가치가 낮다는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베조스는 책 판매 수익보다 독자들이 기기와 아마존 웹사이트에 중독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의 삶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여가와 소비의 중심이 되려는 것이다.

지은이 프랭클린 포어는 "테크 기업들은 그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해 우리가 지닌 정신의 초상화를 만들었고, 이를 이용해 대중의 행동을 눈에 띄지 않게 어디론가 유도해서 돈을 벌고 있다"며 "테크 기업이 추구하는 대화가 지닌 창조적인 힘, 주위로부터 겸손하게 배울 때 얻어지는 지적 잠재력, 집단이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알지만 이들중 그 어느 것도 사색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324쪽 1만8천원.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