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은 대구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대구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은 당선을 의미해 일찍부터 공천 전쟁이 벌어지는 까닭에서다.
21대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대구가 총선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을 울렸다.
한국당 주자들이 대구에 깃발을 꽂고자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잦은 대구행으로 출마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고, 최근에는 홍준표 전 대표의 대구 입성설도 나돈다.
김 전 위원장은 보수 진영 내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출마 의향을 내비친다. 대구를 선택지로 두고 있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홍 전 대표는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대구도 고려 대상"이라며 좀 더 적극적으로 '노크'를 한다.
실제로 이들이 도전장을 낼지는 알 수 없으나 여론 탐색전에 들어간 건 분명해 보인다.
정치인의 손동작 하나를 보고 '소설책'을 쓰는 곳이 정치권이니 이들의 행보에 호사가들은 벌써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낸다. 김 전 위원장과 홍 전 대표의 '몸집'을 감안했을 때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과의 매치를 필두로 해 이들의 특정 지역구 정착 시 일어날 주자들의 이동 전망 등이 쓰여지고 있다. 그럴듯한 이유가 붙으니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거물급' 인사의 대구 입성이 꼭 나쁠 건 없다. 선수(選數), 경력 따지는 국회, 정치권에서 중량감은 소위 '말빨'이 먹혀 지역에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명분이다. 저마다 무너진 보수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하나 뻔한 속셈만 보인다.
대구는 전국 어느 곳보다 한국당 지지율이 높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어렵지 않다는 계산이 선다.
대구를 지원군으로 둔다는 것은 또한 보수 진영에서 힘을 갖는다는 의미다. 앞선 여러 대통령의 사례가 그랬다. 당선만 되면 보수층의 상당한 지분을 가지니 이만한 선택지도 없다.
그럼 보수 재건은? 한국당은 지난 총선 패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 지방선거 패배 등 계속된 '카운터펀치'를 맞고 그로기 상태로 내몰렸다. 이제 겨우 링의 줄을 잡고 몸을 일으켜 세울 정도가 된 한국당에 내년 총선은 다시 링을 지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승부처다. 그 힘은 의석수 확보다.
한국당은 여당이던 지난 20대 총선에서 122석(비례 17석 포함) 확보에 그치며 원내 2당으로 내려앉았다. 많은 의석이 걸린 수도권에서의 부진이 원인이 됐다. 한국당은 122석(서울·경기·인천)이 걸린 수도권에서 27대 82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패했다.
그렇게도 외친 보수 재건의 운명이 걸린 전선을 놔두고 소위 '장수'라 불렸던 이들이 국지전에 나서는 건 누가 봐도 모양새 빠지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의 반발과 분란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총선 패배는 공천 실패에서 비롯됐다. 감별사까지 등장해 '진박'(진짜 친박) 공천을 자행했고, 그들의 행선지가 대구가 되면서 비난과 반발을 사지 않았던가.
그런 이유에서 지역 민심의 '낙하산 공천' 경계심은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정부에 대한 민심이 사납지만, 내년 총선에 거는 기대는 크다.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에 진입한 민주당 의원들의 역할, 덧붙여 한국당 공천이 불러일으킬 낙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인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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