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문 편의에 할인까지, 배달앱 전성시대가 몰고 온 변화

지난해 국내 배달앱 시장 3조원… 5년새 10배 성장, 요기요·배달의민족에 쿠팡까지 가세
업체간 경쟁에 소비자들 '방긋', 가맹점주는 리뷰에 울기도 웃기도… 대행업체까지 등장

지난해 국내 배달앱을 통한 음식 주문이 3조원을 돌파하며 5년새 1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지난해 국내 배달앱을 통한 음식 주문이 3조원을 돌파하며 5년새 1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배달음식 주문 방식이 바뀌고 있다. 전화번호를 눌러 주소와 메뉴를 얘기하고 가격을 묻는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이다.

배달의민족 CI
배달의민족 CI

변화를 몰고 온 것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이다. 이 앱들은 음식 종류만 선택하면 미리 입력해놓은 우리집까지 배달이 가능한 업소를 줄세워준다. 각종 간편결제 수단을 이용해 주문할 때 결제를 해두면 지갑을 꺼낼 필요조차 없다.

압도적인 편리함 때문일까? 국내 배달음식 시장의 15%는 배달앱으로 들어온 주문이다.

◆배달앱 시장, 인기 비결은?

요기요 CI
요기요 CI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조원을 돌파했고, 이 가운데 3조원이 배달앱을 통해 이뤄졌다. 2013년 3천347억원에 그쳤던 배달앱 시장 규모는 5년 사이 10배 이상 급성장했다.

'배달의민족'과 '배민라이더스' 등을 운영하는 업계 1위 업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액 3천193억원을 기록하며 2017년(1천626억원)보다 매출액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배달앱 업체의 매출은 앱에 입점한 가맹점주로부터 나온다. 크게 매출의 일정 금액을 가져가는 수수료, 업체리스트 상단에 배치해 이용자에게 노출시켜 주는 광고 수수료 등이다.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배달앱 수수료가 부담되지만 이용자가 몰리면서 배달앱 입점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태다. 또 배달앱이 활발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를 유도하면서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는 효과도 있어 도움을 받는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공개한 '온라인 배달업체 이용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배달앱을 이용하는 음식점 업주 1천명 중 95.5%는 배달앱 이용 후 순이익이 증가(46.2%)하거나 유지(49.3%)됐다고 답했다.

그만큼 배달앱의 영향력은 크다. 주문의 간편함 외에도 각종 소비자 편익이 많아서다. 특히 기간이나 시간을 정해놓고 치킨, 피자 등 특정 메뉴를 할인 판매하는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이용실적이 많은 회원에게는 VIP 등급을 부여해 추가 할인혜택을 주기도 한다. 배달앱으로 주문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세상이다.


◆플랫폼 간 경쟁 치열, 핵심은 입점업체 확보

시장이 성장세에 향후 전망도 밝다보니 플랫폼 간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닐슨코리아는 지난해 연말 기준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 55.7%, 요기요 33.5%, 배달통 10.8%등이라고 밝혔다. 요기요, 배달통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사실상 같은 회사로 배달의민족이 55%,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45%를 차지하는 셈이다.

올들어 업체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2월부터 요기요가 치킨프랜차이즈 BBQ와 함께 '반값 치킨' 행사를 일주일간 진행했다. 이후 피자, 분식·한식, 디저트류 등 종류별로 기간을 정해놓고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320억원을 썼고, 4월 중순부터 요기요에 버금가는 본격적인 할인행사에 들어갔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올해 마케팅 비용으로 지난해의 2배 이상인 1천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쿠팡과 위메프 등 기존 이커머스업계 강자들까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쿠팡은 배민라이더스와 유사한 '쿠팡이츠' 시범서비스를 지난 5월부터 선보였고 내달 8월부터 서울 전역, 10월부터 경기·인천에서 서비스할 계획이다. 쿠팡이츠 배달을 전담하는 배달원을 다수 모집해 30분 내 로켓배달을 내세우고 20분 내 배달 예상 음식점을 따로 보여준다.

업체 간 갈등도 빚어진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5월 '쿠팡이츠'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쿠팡이츠가 자사의 핵심 가맹 음식점들에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 계약할 것을 제안하며 수수료 할인 및 매출 하락 시 현금 보상안을 제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쿠팡 측은 회사 방침이 아니라 영업 담당자의 의욕이 과도했던 부분이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각사마다 공격적인 투자와 영업에 나서는 것은 입점업체와 이용자 수가 곧 경쟁력이기에 플랫폼을 초기에 키우는 게 성공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리뷰에 울고 웃고

배달앱의 등장으로 달라진 요식업계 풍경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리뷰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문 실적이 있는 고객은 해당업체 페이지에 사진과 별점, 평가 코멘트 등을 남길 수 있다. 주문 전 리뷰를 눈여겨 보는 소비자들이 많아서 리뷰 도움을 받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반대로 나쁜 리뷰가 남으면 타격이 크다.

가짜 리뷰를 만들어 주는 곳도 등장했다. 대행업체에 의뢰비와 음식값을 함께 지불하면 대행업체가 음식값으로 배달앱에 주문을 넣고 리뷰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리뷰 작성 권한을 얻기 위해 주문을 넣지만 음식은 배달되지 않고 점주가 사진만 찍어 전달해 준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인 리뷰를 걸러내는 것도 배달앱 업체의 업무 중 하나다. 회사별로 리뷰 데이터를 분석하는 자체 알고리즘으로 가짜 리뷰를 걸러내고 있으며 업체를 퇴출하기도 한다. 배달의민족은 2010년 서비스 개시 이후 지금까지 6만여건의 가짜 리뷰를 적발해 삭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대로 부당하게 나쁜 리뷰를 남기는 블랙 컨슈머에 대한 대응 역시 과제다. 업체들은 홧김에 쓴 리뷰에 다음날 장사를 망치는 경우도 있어 다소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더라도 거절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족발집 점주는 온라인 게시판에 "나무젓가락에서 나뭇가루가 떨어졌다고 별 1개를 주는 고객이 있었다"며 "리뷰로 4시간 동안 싸우다 결국 삭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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