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찾은 대구 달성공원 정문 앞 순종황제 어가길 남순행로. 어가길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치욕적인 역사를 들춰내고 친일을 미화한다' 등의 논란이 불붙으면서 시민단체가 연일 시위를 벌이는 등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곳이지만, 2년이 지난 현재는 오가는 사람 한 명 없이 황폐하게 방치돼 있었다.
순종황제가 대례복을 입고 있는 금빛 동상 아래 길게 깔린 관광로에는 잡풀만이 무성했고,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더구나 어가길 조성으로 인해 왕복 4차선 도로가 왕복 2차로로 줄어든 탓에 인근 서문시장을 오가는 차량 정체만 심해졌을 뿐이었다.
역사왜곡 등 무수한 논란을 빚은 순종황제 어가길이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도심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조성 당시엔 지자체 치적을 앞세워 떠들썩하게 홍보했지만, 구청장이 바뀐 뒤엔 '전임 구청장 치적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차라리 없애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전임 구청장 시절인 지난 2008년 '순종황제 어가길 역사적 고증과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2011년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도시활력 증진지역 개발사업 선정 등을 거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사업비 70억원(국비 35억원 포함)을 투입해 순종황제 어가길, 동상 등을 완성했다.
하지만 조성 2년이 지난 현재 순종황제 동상 주변에는 찾는 사람이 드물어 인근 달성공원에 하루 평균 5천명, 월평균 18만명이 다녀가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지역 주민들은 왜 이곳에 순종황제의 동상이 서 있는지 의아해하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주민 A씨는 "큰 업적을 세운 위인도 아닌데 금빛 대형 동상을 세운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관리가 안 돼 흉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어가길 인근 주민들로부터 관리가 안 돼 흉물이라는 불만이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구청은 전 구청장 업적이어서 그런지 순종황제 어가길과 관련된 것엔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순종 동상 오염 부분 제거, LED 조명 수리, 제초 작업 등을 벌이고 있으며, 내년 1월엔 바닥정비도 예정돼 있다"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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