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등 소재·부품의 일본 의존이 국내 대기업 때문이라고 타박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부산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기업들이) 일본의 협력에 안주하고 변화를 적극 추구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앞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18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 대기업이 안 사 주는 게 문제"라며 역시 대기업 탓을 했다.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세계경제는 비교우위가 있는 품목을 선택해 투자를 집중하는 국가 간 '선택과 집중'의 협업 체제로 굴러가고 있다. 지금 지구상에서 기초 소재부터 완성품 생산까지 모두 '국산화'한 나라는 없다. 그런 능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다. 경쟁력 우위의 품목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모든 품목으로 투자를 분산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우리 반도체 기업이 일본의 소재를 쓰고 일본의 첨단 제품 기업이 일본 소재를 사용한 한국 기업의 중간 또는 완성품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이유는 품질의 문제에 있다. 기업이 검증되지 않은 소재를 쓰는 '실험'보다 검증된 소재를 쓰는 '안정'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소재를 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대기업의 하소연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대기업 타박대로라면 우리는 소재부터 완성품까지 모두 국산화해야 한다. 반도체 소재·부품의 일본 의존은 '경제 보복'이란 변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심각하게 부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소재·부품을 외국에 의존하는 품목은 반도체 말고도 여럿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품목도 모두 찾아내 처음부터 끝까지 '국산화'해야 하나?
문 대통령의 '대기업 타박'은 무지(無知)의 소치이자 일본의 경제 보복을 불러온 외교 무능의 책임을 대기업 탓으로 돌리는 소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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