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가면 신주쿠 고층빌딩 숲에서도 눈에 띄는 건물이 도쿄도청사다. 1991년 3월 완공된 이곳이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소가 된 것은 남쪽과 북쪽 타워에 각각 들어선 전망대 때문이다. 입장료가 무료인 45층 전망대에서 도쿄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매력적인 건물이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까지 보이는 시원한 전경에, 밤에는 도쿄의 낭만적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단게 겐조(丹下健三)가 설계한 도쿄도청사는 부지 4만2천940㎡, 건평 2만7천500㎡, 총면적 38만1천㎡ 등 규모도 압도적이다.
영국 런던의 타워 브리지 남단에 있는 런던시청은 2002년에 완공된 현대식 돔으로,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외관이 독특하다.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런던 고유의 느낌과 달리 시청 건물은 현대식이라 유독 시선을 압도한다. 특히 미래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건축물로 지어져 과거 도시의 모습과 미래 도시의 모습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느낌을 준다. 타워 브리지, 런던 탑과 더불어 런던 관광 3대 명소다.
2012년 새로 지은 서울시청은 도심 한복판 대규모 건물 전면에 파도 치는 형상의 유리를 덮은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고층 만능주의를 떨치고 유려한 디자인을 도입한 점, 세계 최초로 청사 공간 10% 정도를 개방해 시민청으로 조성한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위에 소개한 3곳은 대구 시민이 신청사를 지을 때 벤치마킹해야 할 곳으로 선택한 곳이다. 최근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가 온라인 투표시스템을 통해 '대구시 신청사는 어느 지역의 시청처럼 건립됐으면 좋겠습니까'라는 물음에 1천494명의 대구 시민이 응답한 결과다. 시민들은 또 미래 대구시청 신청사 이미지로 ▷상징·랜드마크·명소 ▷휴식·문화·공원 ▷친근·함께·접근·소통·편안함 등을 꼽았다.
시민들이 이런 요구를 한 이유는 현재 대구시청은 너무 낡고, 대구의 미래를 상징하기엔 모자라며, 일을 처리하기에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1993년 준공한 대구시청사 연면적은 고작 2만5천㎡다. 전국 8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비좁은 청사로, 대한민국 3대 도시로서의 위상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낡고 좁은 공간 문제 때문에 지난 2004년 이후 15년간 청사를 이원화하면서 업무차 시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본관, 별관으로 옮겨 다니며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옆 동네 부산만 해도 1998년 이전·신축한 부산시청(지하 3층~지상 26층, 연면적 13만1천590㎡)은 3만9천797㎡ 규모의 시청광장을 마련했다. 시민광장, 동백광장, 녹음광장, 등대광장, 잔디광장을 구성해 사랑받고 있다. 시청사 규모만 대구시청의 5배가 넘는다.
이런 까닭에 대구시는 올해만큼은 반드시 입지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다시 한 번 신청사 건립에 나섰지만,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과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정치적 입김 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지난달 신청사를 주제로 한 대구시민원탁회의에 일반 시민이 아닌 지자체 공무원들이 유치를 위해 대거 참석하는 등 빗나간 열정으로 시민원탁회의의 취지를 거슬렀다는 소식에 실소가 나온다.
정정당당하게 유치를 홍보하고, 마지막 결과에 승복하는 기본에 충실했으면 한다. 또 대구시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도 모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할 룰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청사 입지는 제발 대구 시민들에게 맡겨두자. 일부 정치인들이 왈가왈부하며 물을 흐리기엔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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