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빛과 그림자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필자가 과거 1년간 가족과 함께 미국 연수를 갔을 때 미국 의료보험료가 매우 비싸고 병원 진료를 볼 때 본인 부담금이 한번에 10만원이 넘어 성인들은 원만큼 아프지 않으면 약국에서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은 약으로 해결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과 비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더라도 전 국민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을 맞아 국민 3천600만명이 2조원 이상 의료비 절감 혜택을 입었다고 밝혔다. 중증 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보장률이 2016년 63%에서 68.8%로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향후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이용량의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의 재정 위기,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과 중소병원 붕괴 등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불필요한 의료이용과 의료자원의 집중화에 따른 의료체계의 붕괴라는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은 당장 철회해야 하고, 이러한 포퓰리즘적 정잭으로 촉발된 의료양극화로 대형병원의 진료비 증가율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국민 건강의 근간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증가는 이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전달체계는 자유방임형과 사회보장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자유방임형 의료전달체계는 미국, 일본 등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 국민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선택함에 있어 국가의 통제가 극히 제한된 제도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높은 것이 장점이나 지역간 불균형이 심하고 의료비가 높은 단점이 있다.

반면 사회보장형 의료전달체계는 영국, 북유럽, 호주 등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 의료의 생산이 국가에 의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다. 의료비가 저렴하나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떨어질 수 있고,환자의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선택권이 제한된다.

우리나라는 종합병원의 환자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병,의원을 거친 다음 종합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제도로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과 함께 실시되고 있으나, 환자가 비교적 쉽게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정부가 '문재인 케어' 정책을 통해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하면 당장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발생하면 다음 세대에게 건강보험료 부담이 커질 위험이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 등의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누적 적립금을 10조원 규모로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보험료율을 현행보다 더 급격히 올려야 한다. 2013~2017년 사이 보험료율이 동결되거나 최대 1.7% 인상된 것과 대조적이다.

국가 재정 상태를 무시한 선심성 정책은 사회적 갈등과 다음세대에게 빚만 넘겨줄 뿐이다. 복지는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과일이 아니고, 국민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를 공동체가 공유하는 것이다. 문재인케어를 시행하기 전 치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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