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출장이 잦은 기업인 A(49) 씨는 최근 술자리를 줄이고 가급적 1차만 밤 10시 전에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제2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단속 기준이 크게 낮아진데다, 숙취가 다음 날 오전까지 남아 단속될 경우를 우려한 것이다.
A씨는 "설마 했는데 친구가 전날 막걸리 한 병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 고속도로 톨게이트 단속에서 적발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후로는 술자리가 겁난다"라며 "예전에는 사업하는 사람끼리 점심때 반주를 하는 경우도 간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술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낮춘 도로교통법 개정안 '제2윤창호법'이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윤창호법 시행에 맞춰 지난 한 달 동안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시행 전과 비교해 음주사고와 단속 건수가 대폭 줄어든 것.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전국의 하루 평균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9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개정법 시행 전인 올해 1∼5월 하루평균 음주운전 적발 건수 334건과 비교해 11.4% 줄어든 것이다.
특히 단속 기준이 면허정지는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면허취소는 0.10에서 0.08로 낮아졌음에도 적발 건수는 줄었다. 개정법 시행 후 하루평균 음주단속 296건 가운데 면허정지는 86건, 면허취소는 201건이었으며, 측정거부가 9건으로 집계됐다.
대구경찰청도 지난달 25일부터 한 달간 음주단속 건수가 모두 454건으로 윤창호법 시행 전 한 달(5월 25일~6월 24일) 단속 건수인 523건과 비교해 13.2% 감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중 면허정지는 151건으로 시행 전(206건)과 비교해 26.7% 줄었으며, 면허취소는 303건으로 시행 전(317건)보다 4.42% 줄었다.
제2윤창호법 시행으로 인해 지역에서는 대리운전보다 오히려 택시가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대리업체 관계자는 "오전 혹은 낮에 간혹 대리를 부르는 고객이 있지만, 애초 기대만큼 수요가 크게 늘진 않았다"면서 "아예 차를 놔두고 다니면서 오히려 손님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년 간 택시운전을 했다는 B(56) 씨는 "술자리에 가기 위해 집이나 회사에 차를 두고 택시를 이용한다는 탑승객을 자주 만난다"며 "덕분에 야간시간 승객 태우기가 훨씬 수월해져 야간운행 시간을 조금 더 늘렸다"고 했다.
사회 전반에서 음주운전을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운전자들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26일 오전 2시 20분쯤에는 대학생 C(26) 씨가 신천대로 서대구IC 부근에서 음주단속을 하던 경찰을 피해 신천대로를 역주행해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혔다.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8%로 측정됐다.
특히 음주단속에 앞장서야 할 경찰관들의 음주운전도 잦았다. 지난 20일 오후 10시쯤 문경경찰서 소속 D(33) 경장이 혈중알코올농도 0.164%의 만취 상태로 역시 술을 마신 경기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을 태우고 이동하다 국도변에 있는 구조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검거되기도 했다.
지난 16일에는 음주 단속 현장을 보고 도망치던 대구 모 경찰서 소속 E(49) 경위가 붙잡혔다. 그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48%로 나왔다. 법 시행 전이라면 훈방에 그쳤을 수준이지만 단속이 강화되면서 면허가 취소됐다.
경찰은 "음주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뺏는 중대한 범죄"라며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시간 장소를 불문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특히 유흥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수시 단속해 출발지부터 음주운전을 사전 차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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