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내 방에 있던 서연(6·가명)이가 얼굴을 빠끔히 내밀었다. 서연이가 "엄마가 우는소리가 들려서 가만있을 수 없었다"고 하자 엄마 한지민(40·가명) 씨는 재빨리 눈물을 훔쳤다.
젊은 나이에 원인도 모를 병을 8년간 앓으면서도 좀처럼 울 줄 몰랐던 그녀지만 요즘은 서연이를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그는 "어떻게든 일을 해야 서연이를 키우는데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 감기몸살처럼 찾아온 루푸스 병
한 씨는 결혼한 지 3개월 정도 지났던 2011년 9월부터 곧잘 얼굴이 붓고, 피로감을 느꼈다. 몸살인 줄 알고 약국에서 피로회복제를 사먹기를 3개월. 두드러기에 온몸이 부어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돼서야 병원에서 루푸스 신염 4기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주로 가임기 여성 등 청장년층에게 주로 발병하는데 외부로부터 인체를 방어하는 면역계가 이상을 일으켜 외려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공격 대상도 피부, 관절, 신장, 폐, 신경 등 전신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고도 불린다.
한 씨는 특히 신장 기능 저하가 심한 편인데 몸이 곧잘 부어 지난 8년간 꾸준히 검진을 받으면서 약에 의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갑자기 악화 돼 더는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피오줌과 함께 팔다리 얼굴 할 것 없이 온몸이 통나무처럼 퉁퉁 부어 오르는 탓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피로감과 무기력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루푸스 병은 산정 특례 적용 대상이라 한 씨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적은 편이지만 당장 생계 문제가 막막하다. 경주시청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한 씨는 지난 5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됐지만 과거 근로 이력이 있다보니 현재는 매달 40만 원 남짓한 수급금이 수입의 전부다.
당장 몸 상태가 악화 돼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병실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한 씨는 "루푸스 환자는 입원하면 격리조치로 인해 1인실 병실을 써야 하는데 지난해 3주 입원에 병실사용료가 250만 원이 나왔다"면서 "당장 벌이도 끊긴 상황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라 다시 입원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라고 했다.
◆ 집안 싸움으로 번진 결혼생활, 이혼 후 생계 막막
한 씨는 루푸스 병에 걸리고도 어린이집, 학원 등에서 강의하면서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해왔다. 남편이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지 못하고 자주 퇴사를 거듭해 고정 수입이 없었던 탓이다.
그는 "결혼 당시 양가 부모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 5천만 원 정도 대출을 받아 살림을 시작했었다" 며 "빚도 갚고 생활비에도 보태려고 일을 했었다"고 했다.
한 씨의 결혼 생활은 8년 만에 끝났다. 남편과의 문제는 아니었다. 사사건건 갈등을 겪어오던 시어머니, 시누이와의 문제가 곪아터진 것이다. 한 씨는 "보다 못한 친정엄마가 시댁 일에 개입하면서 사건이 무마될 수 없는 수준까지 갔고, 남편도 중재를 포기해 협의 후 갈라서게 됐다"고 했다. 부부에게 남은 빚은 남편이 떠안기로 하는 대신 한 씨는 양육비 지원 없이 서연이를 키우기로 합의했다.
그는 "막상 서연이랑 단 둘이 남으니 딸에게 모든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특히 요즘 처럼 무더운 날에는 어린 서연이가 물놀이를 가고싶다고 보채지만, 조금만 자외선을 쬐도 몸상태가 엉망이 되는 한 씨는 집을 나설수가 없다.
그는 "곧 있으면 초등학교도 들어갈텐데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병이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앞이 캄캄하기만 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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