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욕이 발달한 나라다. 온갖 육두문자가 난무하지만, 그중에 잘 쓰이진 않지만 치명적인 욕설이 하나 있다. '쪽바리 근성을 가진 놈'이 그것이다. '쪽바리'는 일본 사람을 비하하는 속어이지만, 그런 근성을 가진 사람으로 공인되면 인간관계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쪽바리 근성'은 얍삽하고 이중적인 인간성을 가졌다는 뜻이다.
실제 일본인은 어떠할까? 과거 일본의 전쟁 방식을 보면 이중적이고 비겁한 모습을 유감없이 연출했다. '진주만 공습'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1941년 12월 9일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는데, 선전포고 없는 기습이었다. 청일·러일전쟁도 그러했듯, 기습 공격은 일본의 전매특허였다.
미국은 '진주만 공습'을 사전 통고 없는 '비열한 전쟁'(sneaky war)으로 인식하며 2001년 '9·11테러'와 비슷하게 간주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은 '진주만 공습'과 9·11테러가 같이 취급받는 데 분개한다는 점이다. '진주만 공습'은 정상적인 군사행동이며 선전포고는 사정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시 일본은 공습 30분 전에 주미대사관을 통해 선전포고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암호 해독과 타이핑이 늦어져 공습 1시간 뒤 통고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을 내세운다. 선전포고문이 전달된 시각은 일본 육군이 2시간 30분 전에 영국령 말레이 반도에 상륙한 뒤였다. 일본인은 눈앞의 이익을 취하면서도 명분을 쌓고 변명을 하는 데 익숙한 민족이다.
일본의 국민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전쟁에 대한 태도를 보면 일본인론(論)이 가능하다. 전쟁이라는 것은 아주 전형적인 정치 행위로서 그 인간, 그 민족을 알 수 있는 아주 단순한 장이므로 설명하기 쉽다"고 했다. 섬나라 특성 때문에 타 민족을 무시·배척하고 국제 규범을 지키지 않는 근시안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는 명저 '국화와 칼'에서 '아름다운 국화를 키우면서 무시무시한 칼을 휘두르는' 일본 문화의 이중성을 진단했다.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아베 정부가 우방국에게 자행하는 '등에 칼 꽂기' '뒤통수 때리기'의 전형이다. 힘을 기르지 않으면 일본의 이중성과 거짓 핑계에 번번이 놀아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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