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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 시대, 인생 2막] "아이엔 꿈, 어르신엔 희망…수리수리 얍!" 김경수 달구벌마술단 단장

김경수(72) 달구벌마술단 단장이 동료와 함께 어린이들에게 신기한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김경수 단장 제공.
김경수(72) 달구벌마술단 단장이 동료와 함께 어린이들에게 신기한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김경수 단장 제공.

어쩌면 마술과 판타지에 매료되고 환호하는 심리는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 숱한 인기 판타지 소설과 영화들이 이를 보여준다. 기원전 5천년, 아주 오랜 옛날 만들어진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마술은 기록되어 있다. '거위 목을 잘랐다가 다시 붙이고' '컵 속의 구슬이 사라져다가 다시 나타나는' 모습이 벽화로 남아 있는 것이다.

김경수(72·중등교장 출신) 달구벌마술단 단장은 퇴직 이후 취미로 시작한 마술을 통해 그야 말로 마술 같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마술사인 자신이 즐겁고 행복할 뿐 아니라 어린이에게는 꿈을, 어르신들에게는 희망을 준다. 인간은 누구나 마술 같은 일들이 판타스틱하게 펼쳐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시니어 마술단의 출범= 김 단장은 교직을 퇴직할 때가지 '마술'을 전혀 몰랐다. 그런데 출발부터 프로(?)였다. 대구남구시니어클럽에서 2009년 남녀 각각 10명씩을 회원으로 실버마술단을 창단한 것이다. 매월 20시간 근무하고 수당으로 20만원을 받았으니 어쨌든 프로는 프로였던 셈이다. 박금준(마술협회대구경북지회장)·김진우 씨 등 전문마술사가 기술을 전수하면, 팀별로 배운 마술을 익히고, 복지관 등을 찾아 마술공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회원 대부분이 초보 마술사였던 반면에,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금병일(84) 씨는 창단 초기부터 수준급이었다. 통신장교로 퇴직한 뒤, 우연히 마술사와 친분을 갖게 되고 취미로 마술을 배우게 되었다. "젊은 시절 '마술은 사기다'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는데, 알고보니 과학과 인간을 심리를 이용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덕분에 인생이 즐거워졌죠."

강부자(76) 사무총장은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시니어마술단이 출범할 때 손자가 태어났다. "앞으로 손자하고 놀아주기에 마술이 적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상은 적중했죠." 할머니와 지내며 생활 속에서 마술을 익힌 손자(초등 4년)는 유치원 졸업식 때 무대에서 마술공연을 펼친 이후, 각종 행사마다 할머니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마술은 할머니와 손자를 잇는 따뜻한 매개체가 되었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끝나면서 시니어마술단은 해체되고, 2015년 순수민간단체인 달구벌마술단으로 재탄생했다. 회원도 회장단을 비롯해 남기섭(79) 송명순(75) 최정임(80) 황태수(78) 진순희(60) 씨 등 정예 8명만 남았다. "사실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연습 때 잘하다가도 주눅이 들어 공연을 망치기 일쑤거든요. 회원이 줄어든 이유입니다."

강 사무총장은 "20명 이하의 어린이 집은 무료(1명 공연), 대형 유치원(2명 공연) 5만원, 초·중·고(4명 공연) 30만~40만원) 등의 공연료를 책정해 두고 있다"면서 "규모가 커질수록 많은 장비와 인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드는 기본 소요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수(72) 달구벌마술단 단장의 공연모습
김경수(72) 달구벌마술단 단장의 공연모습

▶행복을 부르는 마술의 법칙= 달구벌마술단은 월 1회 마술연습을 겸한 정기모임과 연 20회 정도의 유료공연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날이 낀 5월과 크리스마스의 계절 12월이 최성수기이다.

김 단장은 "마술에는 마술사의 법칙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한 번 보여준 마술은 다시 보여주지 않는다' '마술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는다' '속임 마술을 하지 않고 기술 마술을 한다'는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마술은 좋은 마술사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매너를 갖춘 좋은 관객이 필수적이다. 김 단장은 '한 번 본 마술도 끝까지 봐 준다' '마술사의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한다' '마술에 끼어들지 않고 마술 자체를 즐긴다'는 이 3가지 법칙을 마술을 관람할 때 잊지 말것을 당부한다.

마술을 통한 보람과 기쁨의 일상 속에서도 김 단장에게 고민은 있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80대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신입회원 확보와 교육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한 현재 김 단장의 집에 임시로 마련된 공연연습장을 탈피해 전용연습장을 확보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김 단장은 "실버마술의 대중화로 보다 많은 분들이 마술을 즐기고, 또 다양한 공연 무대를 통해 꿈과 희망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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