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동네들은 각자 다른 소비 매력을 지녔다. 각 구·군에서 눈에 띄게 소비가 활성화된 곳이 있다. 지역 내에서 절반 이상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면서 중심상권 역할을 한다. 어떤 동네는 유독 다른 지역 주민이 많이 찾는다. 먼 곳의 소비자를 불러모으는 소비산업이 발달한 덕분이다. 구·군 경계를 넘는 상권 경쟁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우리 동네가 소비 중심지
대구 구·군마다 소비 중심지가 있다. 구·군에서 발생한 카드 매출 중 비중이 높은 동이다. 동구 등은 몇 개 동이 구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북구는 강남과 강북으로 양분된 형태를 띠었고, 달서구와 달성군은 여러 동에 걸쳐 고른 소비 분포를 보였다.
2018년 대구은행 BC카드 사용금액에 따르면 동구와 수성구, 중구는 몇 개 동에 소비가 몰려 있다. 동구의 경우 신천동(19.8%)과 신암동(18.1%), 효목동(10.4%) 등 3곳의 카드 소비 비중이 약 48.3%에 달했다. 이어서 율하동과 봉무동, 신서동 등은 4.7~8.1% 비중으로, 아파트단지가 조성된 신도시라는 특징이 있다.
신천·신암·효목동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1만8천명으로 동구 전체 35만1천명의 33.6%였다. 카드 매출 비중이 인구보다 큰 셈이다. 이곳 주민의 구매력이 높다기보다는 외부에서 찾아오는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신천동과 효목동은 수성구 범어·만촌동 주민이, 신암동은 북구 대현·복현동·산격동 주민의 소비가 많았다.
수성구에선 범어동(27.2%)과 범물동(16%)이 43.2%의 소비 비중을 차지했다. 범어동은 달서구(17.3%)와 북구(12.4%), 동구(10.3%) 등 다른 지역 주민의 소비 비중이 컸다. 범어동에서 발생한 카드 매출 중 범어동 주민은 14.7%에 그쳤다. 반면 범물동은 38.3%가 같은 범물동 주민이 쓴 카드 소비였고, 인근 지산동(27%)을 비롯해 수성구 구민 비중이 88.5%를 차지했다.
중구는 계산동2가(33.2%)와 동성로2가(10.5%), 동성로3가(8.3%) 등이 52%에 달했다. 이들 동네에서 소비하는 사람 가운데 88~92%가 다른 구·군에 주소를 뒀다. '방문형 소비'가 주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계산동2가의 경우 수성구(24.3%)와 달서구(21.8%)에서 많이 방문했다.
북구는 금호강을 기준으로 강북과 강남으로 양분된 형태를 보였다. 강북의 칠곡지구 동네인 읍내동(11.9%)과 태전동(10.4%), 동천동(9%) 등이 31.3%로 한 축을 이뤘고, 강남의 산격동(19%)과 침산동(8.8%) 복현동(6.2%) 등이 34%로 또 다른 중심을 형성했다. 인구에서도 양대 축이다. 북구 인구 중 읍내·태전·동천동이 24.3%, 산격·침산·복현동이 27.5%를 각각 차지했다.
달서구와 달성군은 고른 매출 분포를 보였다. 달서구는 주로 도시철도 1, 2호선 인근 동의 카드 소비 점유율이 높았다. 상인동(10.5%)과 송현동(7.4%), 월성동(6.6%), 진천동(4.9%) 등은 1호선을, 두류동(8.5%)과 용산동(7.5%), 이곡동(7.2%), 감삼동(7%) 등은 2호선을 끼고 있다.
◆다른 구·군 주민에게 사랑받는 동네
대구에는 다른 구·군 주민에게 사랑받는 동네가 있다. 백화점 등 대형소비시설이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도시철도와 도로 등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먹거리촌과 같이 여러 가게가 모여 있는 집적효과도 발휘됐다.
대표적인 곳이 동구 신천동과 북구 칠성동2가로, 전체 카드 매출 중 다른 구·군 주민이 찾아와 소비하는 '역외수입'이 각각 63.6%와 65.6%에 달했다. 이 두 곳은 모두 국철과 도시철도 역사(동대구역과 대구역)를 끼고 있고, 백화점과 같은 쇼핑시설이 있다.
또 신천동에는 시외·고속버스가 오가는 복합환승센터가 있다. 칠성동2가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쇼핑시설은 물론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문화시설을 갖췄다. 삼성창조캠퍼스와 올해 문을 연 DGB대구은행파크도 인접해 있다.
관광지이자 나들이 장소가 있는 동네도 다른 구·군 주민이 많이 찾았다. 이월드와 두류공원의 달서구 두류동은 카드 매출 중 54.2%가 다른 구·군 주민이었다. 수성유원지와 들안길 먹거리타운으로 유명한 수성구 두산동은 44.7%가, 팔공산 동화사지구가 있는 용수동은 85.8%가 역외수입이었다.
대구의 중심인 중구는 역외로부터의 소비 유입이 평균 87.6%에 달했다. 이 가운데 동성로2가, 3가가 각각 92.7%와 92%로 절대적이었다. 거주지가 거의 없고, 상가가 대부분인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경북대병원을 포함한 삼덕동2가(92.1%)와 공구골목이 있는 북성로1가(93.6%)의 역외수입 비중도 높았다.
산업단지가 있는 동네도 비슷했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일터로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구 최대의 성서산업단지가 있는 달서구 갈산동(51.9%)과 호림동(47.9%), 장동(47%) 등은 달서구 전체 평균(28.1%)보다 높은 역외수입 비중을 보였다. 서대구산업단지의 서구 이현동은 매출 중 72.3%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쓴 것이다. 동구 봉무동(41.8%)은 산업단지이면서 롯데아울렛과 같은 대형쇼핑시설이 있다.
북구의 강북과 강남은 역외 소비자 유입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강북 칠곡지구의 읍내동(10.8%)과 태전동(21.4%), 동천동(14.3%) 등은 인근 주민에 의한 소비가 많았다. 반면 강남의 복현동(46.1%)과 산격동(42.9%), 침산동(31.4%) 등은 역외수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복현동에는 경북대와 영진전문대학이 있다. 산격동에는 종합유통단지와 엑스코, NC아울렛, 경북대(북문), 대구시청 별관 등이 포함돼 있다. 거주지가 다양한 대학생과 쇼핑시설 소비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계명대가 있는 달서구 신당동(39.4%)도 비슷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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