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당, '도로 친박당' 돼서야 국민 지지 얻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으로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그간 숨죽이던 친박계가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요직을 싹쓸이하며 전면에 나섰으니 국민들이 좋아할 리 없다. 한국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깡그리 잊었는지 혁신과 변화는커녕 구태만 재연하고 있으니 내년 총선은 보나마나 필패로 귀결될 듯하다.

요즘 한국당에서 누군가를 당직·국회직에 임명하면 어김없이 친박계다. 지난달 박맹우 사무총장 임명 이후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유기준 사법개혁특별위원장 내정 등 친박 일색이다. 그 와중에 비박계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퇴출 논란까지 있었다. 계파 싸움을 스스로 조장하는 듯한 인사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폐족' 신세였던 친박계가 날개를 단 원인은 황교안 대표에게 있다. 황 대표는 "한국당에는 계파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결과적으로 친박만 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이 없는 것인지, 귀가 얇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황 대표 주변을 온통 친박계가 둘러싸고 있다니 미래가 뻔해 보인다.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을 팔고, 대구경북 민심을 팔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지만, 지역 정서와는 상관없는 마케팅이다. 지역 유권자 상당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다시 내세우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친박계 일부는 잘못된 처신과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지역민에게 손가락질받고 있는데도, 황 대표 체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혀를 찰 수밖에 없다.

한국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친일 프레임'도 있겠지만, 개혁과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다. 이런 과거 회귀적인 모습으로는 중도·수도권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 황 대표가 '허약한 야당 대표'에 안주하기 싫다면 과거와 결별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이 되면 박수칠 곳은 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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