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3·슈나우저)가 앞다리가 퉁퉁 부은 채 내원했다. 수풀에 들어간 후 돌아왔는데 다리를 절며 아파했고 점차 붓기 시작했다고 했다. 검사 결과 캐리는 발목 윗부분을 독사에게 물렸고 약물 치료와 독이 퍼져 괴사된 피부조직을 되살리기 위해 한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캐리처럼 독사에 물려 내원하는 반려동물들이 늘고 있다. 생태계가 건강해지면서 뱀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독사는 살모사와 유혈목이(화사) 두 종류다. 까치살모사, 쇠살모사 등 살모사는 얼룩무늬에 머리가 삼각형인 전형적인 독사의 모습이다. 용혈독(괴사독)과 신경독을 가지며 국내에서 가장 위험한 독사이다.
화사, 꽃뱀이라 불리는 유혈목이는 물가에서 잘 발견되며 알록달록한 외모처럼 온순한 편이지만 어금니 안쪽에 독니가 있다. 두꺼비를 잡아먹으면서 부포톡신이라는 신경독을 목부분에 저장했다가 위협을 느끼면 뿜어내는 엄연한 독사이다.

독사가 많은 호주에는 사람과 반려견에게 뱀 물림 사고가 빈발한다. 그래서 호주에서는 반려견에게 뱀 회피 훈련(SAT)을 평상시에 시켜 개가 뱀을 피하도록 한다. 개가 뱀을 피하는 훈련은 의외로 간단하다. 뱀의 모형을 이용하여 개가 뱀을 인지하고 관심을 보일려 하면 보호자는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위험 대상임을 경고하고 그 자리를 피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개가 산책 중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고 다리나 얼굴이 붓는다면 독사에게 물렸을 가능성이 있다. 개는 달리다가 다리를 물리거나, 뱀을 위협하다가 입 주변이 물리는 경우가 많다.
개가 독사에게 물렸을 때 보호자는 침착하여야 한다. 개를 흥분하게 하지 말고 신속하게 동물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하려다 보면 개는 더 흥분하게 되고 독이 더 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가 주변의 수풀이나 돌이 많고 낙엽이 있는 그늘진 공간은 뱀이 은신하기 좋은 곳이다. 뱀의 서식이 의심되는 곳에 개가 혼자 돌아다니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햇볕이 잘 들고 시야가 탁 트인 낮은 풀이 있는 곳이 뱀이 기피하는 공간임을 기억하자.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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