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대산책] 남북관계 개선의 헛된 기대를 버려야

준비하는 미래 김영환 대표
준비하는 미래 김영환 대표

지난 7월 27일은 정전협정 6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북한은 1973년 이날을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로 정했고 1996년에는 국가 명절인 '전승절'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김정은은 전승절에 앞서 지난 22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관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함 건조 시설을 방문한 데 이어 25일 원산 일대에서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쉽게 뚫을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이후 평양으로 귀환하여 전승절 당일에는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참배했고 국립교향악단의 '7·27 기념음악회'도 관람했다.

북한은 이와 동시에 연일 험한 말, 무례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번 미사일 도발에 대해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며 아주 무례한 어투로 협박했다.

전승절인 2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은 "지금 남조선 당국자들은 저들도 한 판 끼여 무엇인가 크게 하고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면서 제 설 자리를 찾아보려고…(하략)"라며 외교부처 고위 간부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무례하고 공격적인 언사로 한국을 비난했다.

김정은은 금년 4월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하략)"고 하며 국가 지도자의 시정연설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례하고 경박스러운 어투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모욕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이 미국과의 핵협상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며 압박하는 용도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지나치게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여서 단순히 협상용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한국과의 관계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한국으로부터 투자도 받고 교역도 늘리고 기술 협력도 받아서 경제적 이득을 최대한으로 챙기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는데 사실은 그 반대다. 북한은 '모든 화의 근원은 남조선(한국)에 있다'는 인식이 확고하며 가능하면 한국과 관계를 멀리 하고 북한 주민의 마음속에서 한국이라는 존재를 지워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북한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2가지가 결합되어 있다. 하나는 6·25전쟁 때 미국에 빌붙어서 자기들 부모와 조부모를 죽인 원수라는 것이다. 아기 때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평생을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현재 북한 고위층에는 많이 있다. 일반 주민들도 어릴 때부터 철저히 교육을 받아서 이런 인식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둘째는 화의 근원이 한국에 있다는 생각이다. 30여 년 전 공산주의 진영의 붕괴와 북한 내부에 축적된 모순의 폭발이 동시에 찾아와서 북한은 극심한 경제 붕괴와 외교 고립을 경험했고 그 위기를 버텨낸 이후에는 이미 격차가 많이 벌어진 남북관계 때문에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지내야 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이런 고민을 더욱 증폭시켰다.

한국 정부와 여당의 핵심 인사들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한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고 끈기 있게 온화한 자세로 대하면 언젠가는 북한도 마음을 열고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미래에도 북한은 경제개발보다는 체제 유지가 우선이다. 체제 위협의 요소가 한국으로부터 온다는 인식이 바뀌기 어렵고 따라서 남북관계의 개선은 대단히 어렵다고 봐야 한다.

진심으로 북한을 도와주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오히려 북한과 거리를 갖고 냉랭한 분위기로 남북관계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지금 한국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북한에서 일관되게 무례하고 호전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한국 국민의 마음이 크게 상할 수 있고 이렇게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다시 돌리려면 긴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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