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임캡슐]1971년 수성못

1971년 수성못에 정박한 소형 유람선
수성랜드에서 법이산 바라보는 구도
100년 동안 살아남아줘서 고마워

1971년 대구 수성못 선착장의 모습. 소형 유람선들이 정박해 있다. 매일신문 DB
1971년 대구 수성못 선착장의 모습. 소형 유람선들이 정박해 있다. 매일신문 DB

열대야에 시달리길 며칠째. 수성못으로 나선다. 60만 톤의 물이 복사열을 식힌다. 법이산에서 내린 산바람은 머리를 식힌다. 못 주변 데크길과 흙길을 가볍게 걷는다. '살 만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했다 할 만큼 많이 바뀐다지만 대구에서 좀체 변하지 않은 곳 중 하나는 수성못이다. 1927년 만들어졌으니 곧 100년을 맞는다. 용케도, 감사하게도 살아남았다. 도시개발 광풍이 휘몰아쳤던 시대가 있었다. 저수지를 메워 택지로 만든 탓이다. 도시 외곽에 있어서였을까. 1990년 유원지로 지정돼 매립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때 이걸 묻었으면 어쩔 뻔했나, 가슴을 쓸어내린다.

사진은 1971년 수성못 선착장의 모습이다. 수성랜드에서 법이산 방향으로 보는 구도다. 소규모 유람선들이 정박해있다. 둘레 2km 정도의 못에서 유람선이라니. 하지만 만만하게 볼 수심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2년 바닥 준설사업 때 물을 빼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오리배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자리다. 물가로 접근하기 쉽게 돼 있다. 안전팬스도 없고 다소 허술하다. 버드나무가 있어 덜 휑하다. '옛날엔 다 그랬다'는 면죄부를 둘둘 말아 넘긴다.

지금이야 벤치가 놓이고, 운동기구가 놓이고, 데크길이 놓인 데다 즐비한 상점들이 만들어내는 야간 조명으로 새벽녘이 돼야 조용한 곳이 됐다. 대구의 대표적 먹거리 타운인 들안길과 가까워 외지인들에게 소개하는 관광명소가 된 지 오래다. 힐링 장소로 꼽히기까지 한다. 살아남아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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