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보물이라면 초등학교 시절 6년 동안 쓴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매년 대청소를 하며 일부 버려졌지만 지금 남아있는 공책의 수는 100여 권 정도이다. 보물을 펼쳐보는 시간은 나에게 가장 편안함을 선사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는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시절 일기는 나의 마음정화의 수단이었던 것 같다.
일기 내용에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내 모든 경험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엄마의 혹독한 교육안에서 외로움과 고독에 울부짖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쓴 해방, 친구와의 다툼에서 어떤 화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숨막힘이, 내가 좋아했던 가수의 노랫말에 열광했던 사춘기 소녀의 간절한 소망은 모든 내 경험의 생각과 느낌이었다.
나를 드러내기보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해야만 했던, 때 이른 성숙함의 필자의 어린시절에 일기는 아주 특별했다.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는 자유와 위로였다. 때 이른 성숙함을 위로한 자유와 위로는 자신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립심이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가장 쉬운 글쓰기인 일기를 권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용을 전공한 필자에게 글쓰기는 창작의 방법으로 때론 교육의 소재로 사용해 왔다. 무용은 사실 단순히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안무의 과정에서 살펴본다면 움직임으로 표현되어질 주제를 설정하기 위해 안무자 경험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몸과 마음(정신) 그리고 감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통합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 다음단계이다.
이러한 글쓰기와 춤의 경험은 개인의 감정을 정리하고 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을 명료화하게 된다.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알게 되면서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감정이입으로 소통의 경험도 가능하게 한다. 필자가 제시한 글쓰기는 무용교육에서 창작무용으로 발현되는 과정의 첫 단계로 학습자의 일기와 같은 경험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표현한 뒤 그 글을 무용의 요소를 사용하여 움직임으로 구성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과정은 특수 목적의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교육적 혜택으로 다가가는 접근성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는 무용이 과거 전문성을 가진 기능 교육에서 교양과 문화·체험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문득 떠오른 지금 이 순간의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써보자. 그리고 눈을 감고 움직이는 내 몸을 상상해본다면, 또는 직접 내 몸을 움직여 본다면, 우리는 지금 자유의 춤을 추고 있다. 김정하 공연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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