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적자 공기업이 앞장선 공공 정규직 전환, 칭찬하는 정부

고용노동부가 대구도시철도공사 등 15개 공공기관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모범 사례로 꼽으며 가이드라인이 성과를 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고용부가 모범이라고 치켜세운 공공기관들은 적자를 내고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곳이 대부분이다. '빚더미 공공기관'에 정규직 많이 만들었다고 자랑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만성 적자 구조를 방치한 채 일자리만 양산하면 결론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의 장기인 세금 쏟아부어 일자리 만들기 목록에 나쁜 사례 하나가 더해진 꼴이다.

819명을 정규직 전환한 대구도시철도공사의 경영 상태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2014년 895억원이던 당기순손실이 2018년 1천480억원까지 늘었다. 최근 5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이 6천252억원에 이르고 영업이익은 매년 마이너스다. 이 적자는 대구시가 세금으로 메우고 있고 궁극적으로 부실을 시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국제협력단, 한국농어촌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도 경영 실적이 밑바닥이지만 100여 명에서 400명이 넘는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기업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공공기관도 정상적인 수익 구조를 이뤄야 한다. 경영이 부실해지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그 부실을 국민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재무적으로 건전한 상태가 아닌데도 무리하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에만 치중하면 경영 부실은 물론 기관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

세금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로 고용률을 끌어올려 놓고서 정부는 자화자찬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올 상반기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34만5천 명 늘었지만 상당수가 세금을 쏟아부어 급조한 일회성 일자리다. 30~40세 취업자 수는 25만4천 명 줄었고 청년 고용지표는 악화일로다. 정부가 세금 쏟아부어 허접한 일자리 늘리기에 치중하면 고용지표는 다소 호전될지 모르지만 국민 부담은 가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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