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실리와 명분 모두 잃는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할 경우 대응 조치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협정)을 폐기해야 하느냐를 놓고 여당 내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은 30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연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 반면 이해찬 대표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며 "(폐기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이 대표의 판단이 합리적이다. 우리의 안보와 '협정'은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일본 측은 우리로부터 휴민트(humint·인적 네트워크) 등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고 우리는 우리에게는 없는 일본의 군사위성 등 첨단 감시·정찰 장비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안보 공생 관계를 유지해주는 것이 '협정'이다. 당장 지난 2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을 때 한국과 일본 정부는 '협정'에 따라 북한 미사일의 비행 궤적을 분석해 상호 교환한 바 있다. 당시 군 당국은 처음에는 비행 궤적을 추적도 못했다.

이런 사실은 '협정'에 일본도 득을 보지만 우리는 더 큰 득을 본다는 것을 말해준다. 게다가 '협정'은 북한·중국·러시아에 맞서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를 떠받치는 기본 자산이다. 우리가 이를 파기하면 한·미·일 안보협력을 깨뜨린 주체가 우리가 되는 것이다. 한미 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제 문제와 안보는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도 파기는 안 된다. 과거사 문제를 빌미로 경제 보복을 하는 일본이나 경제 문제에 안보를 끌어들이는 우리나 다를 게 없어진다는 얘기다.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성을 알리는 국제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기도 어렵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9일 "협정의 유지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도 23일 "협정 파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협정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일본의 입장에 동조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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