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현대미술가협회 '대구, 현대미술의 눈'전

하지원 작
하지원 작 '공간 16m2'
한주형 작
한주형 작

대구현대미술가협회(회장 이우석)의 정기전이 올해로 22번째를 맞았다. 1970년대에 현대미술운동이 일어난 대구는 그동안 지역적 보수성을 넘어 전위적이며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이번 정기전의 주제는 2017년 '대구, 몸 그리다' 2018년 '대구, 현대미술의 자화상'에 이어 몸 시리즈의 피날레인 '대구, 현대미술의 눈'으로 11일(일)까지 103명의 작가가 250여점의 작품을 출품,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전관(6~13전시실)에서 펼쳐진다.

흔히 우리는 보는 것을 믿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믿는 것을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작가도 그렇다. 그렇다면 작가들이 믿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해답은 그들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작품을 통해 작가들의 눈으로 본 내면의 이야기를 짚어보고 함께 공명을 느끼면서 현대미술의 시각적 관점의 변화를 주목해 보는 게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이다.

이우석 현미협 회장은 "이 전시의 취지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며 "첫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가운데 우리 존재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눈'(View)에 주목했고, 둘째 대구를 중심으로 2019년 새롭게 움트기 시작하는 미술현상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번 전시는 각 전시실마다 각각의 소기획자에 해당하는 코디네이터와 별도의 주제를 두고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우선 '세월의 눈'을 주제로 한 6전시실은 작가들의 작업에서 삶의 연륜과 깊이, 여유로움이 마치 잘 발효된 장(醬)과 같이 느껴지도록 작품을 배치했고, '존재, 사회, 이상'을 주제로 한 7전시실은 작가들이 존재에 대한 사유와 이성에 대한 추구, 사회에 대한 고민을 녹여낸 작품들로 꾸몄다.

'Blue Room-추상회화'의 8전시실은 추상회화를 통해 순수한 형태를 지향하는 현대미술의 단면을 엿볼 수 있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한 9전시실은 존재란 자신을 감춤으로써 보이는 것들이 보여 지게 하는 일종의 '부재로서 현존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 '나르시시즘'을 목표한 10전시실은 자신을 비추는 창작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3개 Part로 열리고 있는 특별전은 더욱 현대미술의 눈에 가깝다. 11전시실에서 열리는 PartⅠ'바닥에 눕다'전은 모든 작품이 바닥에 설치돼 있는 점이 이채롭다. 기존의 평면작품의 전시방식을 수직성에서 수평성으로 바꿔 감상자의 시각 경험을 확장하자는 게 이 전시의 목적이다. 서양 문화가 수직적인 방식으로 성장했다면 동양 문화는 수평적이 나열의 방식으로 성장해왔다고 할 수 있다. 서양회화가 상하로 움직이는 이젤에 올려 그려진다면 동양회화는 바닥에 펼쳐 그려진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동양의 정신적 뿌리에 접근하는 미술작품 감상방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셈이다.

PartⅡ '청년작가육성프로젝트'가 열리는 12전시실에는 '자신을 보는 치열한 눈'을 주제로 청년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는 전시실보다 현대미술에 대한 낯선(?) 미술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PartⅢ의 주제는 '오드 아이'(Odd-Eye)이다. 이곳에서는 양쪽 눈 색깔이 다르다는 의미의 '오드 아이'를 통해 작가와 감상자들이 결국은 같은 세상을 바라본다는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단지 표현방식이 다를 뿐 작가와 감상자는 결국 동일한데서 출발해 같은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둘 사이에 있는 구분선을 제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는 이번 전시기간 중 관람객 참여를 이끌기 위한 이벤트도 마련하고 있다.

7일(수)과 10일(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11전시실에서는 빗자루로 그림을 그리는 양성옥 '쓸다' 퍼포먼스가 이어지며 전시기간 내내 '숨은 그림 찾기'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소정의 사은품을 제공할 뿐 아니라 13전시실에서는 A4크기의 작가들의 작품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정기전은 외부 지원 없이 참여 작가들이 십시일반 갹출해 열리고 있으며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전시실을 무료 제공했다. 문의 053)422-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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