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신라 1979년 새로운 도전과 용기 곽인식 곽덕준 곽훈 전

곽인식 작
곽인식 작 'Untitled'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변곡점을 겪게 된다. 이런 이치에서 화가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곽인식은 1979년 30년 만에 한국에 두고 온 가족과 도쿄에서 만난다. 이로 인해 언제가 마주해야만 했던 지난날 자신의 과오를 반성할 수 있게 되고, 심적 부담을 덜어낸 그는 어느 때보다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곽덕준의 1970년 작 '12등분 세계전도'는 일본 열도만을 빨갛게 표시해놓은 채 지도를 12등분 한 후 하단에 7을 반복적으로 적은 작품이다. 일본은 자신의 출생지로 7은 행운을 뜻하지만, 어쨌든 작품의 의미는 찾는 일은 보는 이의 몫이다. 1974년 작 '소거=관계'시리즈는 3장의 흑백사진이 나란히 걸렸는데, 길가 돌을 등지고 볼일(?)을 보는 작가는 돌의 주변부에 자신의 소변이 증발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사진을 찍어 작품화했다. 시간의 덧없음, 존재와 흔적의 사라짐을 뜻하는 걸까? 이 익살스러운 작품에서 의미를 찾는 것 또한 관객의 몫이다.

곽훈은 1979년을 기점으로 삶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미국이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면서 작가로서 사유의 확장과 '무엇'을 그려야 할지 그가 평생에 걸친 연구가 시작된 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셋은 모두 일본과 미국에 체류했거나 체류한 경험이 있는 작가들로 우연히 같은 성(姓)을 지녔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실험하고 1970년대와 1980년대 우리나라 미술의 시대상황과는 다른 맥락에서 자신들 만의 작품세계를 발전시켜 왔다. 게다가 1979년을 변곡점으로 곽인식은 작품에 화려한 색채를 도입했고, 곽덕준은 교토국제예술센터를 창설해 예술적 실천을 국제적 지평을 확장했으며, 곽훈은 LA로 옮겨 자유분방한 필치로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갤러리신라는 24일(토)까지 '1979년, 새로운 도전과 용기:곽인식 곽덕준 곽훈' 기획전을

곽덕준 작
곽덕준 작 '소거=관계'
곽훈 작
곽훈 작 '기'(氣)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3인의 1970년대와 1980년대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돼 있다. 곽인식은 일본 전통 종이의 뒷면에 작은 타원형으로 단순화 시킨 회화를 그려 앞면으로 색감이 스며나와 맑고 투명하지만 흐릿한 파스텔조의 색상 효과를 낸 작품을 선보이며, 곽덕준은 사회비판적 주제를 넌센스와 유머로 풀어낸 독특한 회화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곽훈은 기(氣)를 평생의 화두로 삼아 거친 검은 색 붓질에 간간히 붉고 푸른 색감을 사용한 추상회화를 보여주고 있다.

문의 053)422-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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