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나에게 스스로 묻는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지금 춘천으로 가는 길이다. 2019년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이 춘천에서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은 전국 7개의 도시, 즉 대구 부산 춘천 광주 대전 전주 구미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소극장들이 모여 진행하는 네트워크 연극 운동이며 페스티발이다. 2012년에 첫 시작을 하였고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다.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은 나에겐 매우 중요한 연극 작업이며 연극 동지를 만날 수 있고 작품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교류 할 수 있기에 춘천가는 길, 너무도 아름답게 드리워진 강원도의 산안개를 바라보며 그 안개 너머로 지난날들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되살아났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같은 지역 같은 장르의 예술가들 사이에 오가는 시기와 질투, 서로 반목하며 인정하지 않는 기류 속에서, 오직 자신만의 색깔을 강조하며 스스로가 만든 우물 안에 고립 되어가고 있는 지역 예술계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이 나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구 밖, 똑같이 숨이 막히는 지역 예술계의 고립된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각 도시의 연극인들이 부산에서 모이게 되었고, 이 만남 속에서 지역과 지역 순수 연극인들의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다섯 개 지역 극단들이 모여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을 탄생하게 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이르러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무엇이,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을까? 무엇이, 나를 그 길로 접어들게 했을까? 그것은 결국 자극이었다. 그렇다! 대한민국소극장열전은 서로 다른 색깔에 대한 반목이 아닌 서로의 작품을 통해 창작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동행의 길…….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고 채찍이 되어 주는 동행의 길…….

연극예술이라는 게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 인간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상호간의 신뢰를 우선하는 예술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 준 그 동행의 길……. 나는 물었다. 너는 지금 대구와 동행하고 있는가? 너는 지금 네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있는가? 너는 혹시 우리네 삶에 대한, 우리네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는가? 그 애정과 따뜻한 시선을 잃어버린 채 질투와 시기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가? 네 자신의 그릇된 고정관념과 작업방식, 비툴어진 가치관이 또 다른 작업자들에게 갈증을 안겨다 주고 있지는 않는가? "대구 예술은 안 돼! 아직 멀었어!" 라고 내 스스로 비아냥거리지는 않는가?

동행의 길 위에서 엄연히 대구연극인의 길을 걷고 있는 내가 나에게 스스로 묻는다. 너의 연극, 겸허함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변명처럼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지는 않는가? 너는 대구 예술을 사랑하는가?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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