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집권층이 편 가르기를 중지해야 이긴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교수.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노동일 경희대교수.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우리 국민 모두는 대한민국 편

정부 비판한다고 일본 편 아냐

해결책 낼 책임있는 사람들이

편 가르기에 몰두해서는 안 돼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대한민국 편이라는 사실이다. 아베 편, 일본 편인 사람은 없다. 평소에는 물론이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일본을 편드는 '친일파' 한국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분명히 하고 싶은 게 있다.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과 대한민국 편이 아니라는 것은 같은 뜻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친김에 한 가지 더 분명히 해두자. 사법부, 특히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것과 그 판결을 부인하는 것 또한 다르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편이지만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 특히 현안이 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 방식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지금까지보다 더 나은 대응 방법은 없었는가, 앞으로 현명한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야당과 언론은 물론 국민 누구든지 얼마든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생각과 다른 비판적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런저런 생각들을 모아 최선의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현명한 당국자의 의무이다.

대법원 판결은 물론 존중해야 한다. 판결 결과에 승복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극히 예외적인 재심 사유 외에는 말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징용 배상 판결 역시 대법원의 결론에 대한 불복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판결에 승복하는 것과 논리적 비판은 모순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이라 해도, 아니 대법원 판결일수록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과거의 판례가 시대에 맞게 바뀔 수 있는 원동력이 판례 비평에서 나온다. 징용 배상 판결 자체가 그 같은 비판과 논쟁의 결과물이다.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것을 판결 부인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판례는 불가능하다.

우리 정부나 판결을 비판하면 친일파라고 하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과 (경제)전쟁 중이니 안 된다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국민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던 역사가 있었다. 너는 누구 편인지 밝힐 것을 강요하던 때가 있었다. 군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은 머지않은 과거이다. '호시탐탐 남침의 기회를 노리는' 북한의 존재만 들먹이면 만사형통이었다. 당시 그 같은 억압에 대항해 싸우던 사람들이 현재 집권 세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친일파 낙인은 빨갱이 딱지의 새로운 형태에 다름 아니다. 누구 편인가를 묻고 함부로 친일파 딱지를 붙이는 데 더욱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결 후 우리 정부의 대처 방식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현재의 대응 방식 역시 아쉬움이 있다. 중재위 카드를 택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지난 칼럼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일본 대사를 지낸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도 같은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이런 의견들은 우리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더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판을 자제하고 싶다. 어쨌든 전쟁이 벌어진 이상 우리의 수장인 대통령과 정부에 힘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엄중한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도 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할 일은 바로 이런 것이다. 편가르기와 선동적 언어 대신 모든 국민의 힘을 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이야 일제 안 사고, 일본 안 가면 할 일을 다하는(?) 것이다. 일제 차를 부수고, 안 되면 죽창이라도 들겠다는 각오로 애국심을 시전하면 된다. 고위 공직자들은 다르다. 정부와 의견이 다른 상대를 비난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나부터 친정부 여론 형성에 앞장설 용의가 있다. 친일파 색출로 한일 갈등이 해소된다면 5천만 커밍아웃 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편가르기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분열의 언어를 그치고 통합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비판마저도 대한민국을 위한 애국심의 발로임을 인정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반일 감정을 선거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문 대통령의 각오처럼 일본에 다시 지지 않으려면 집권층의 편 가르기 언어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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