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업종별 상황…반도체 '발등의 불', 배터리·화학 '단기 충격'

반도체, 연말 마지노선으로 국산화, 해외 시장 모색
배터리, 화학 업종도 의존도 높은 소재 있어 타격 불가피하지만 대체품은 있다는 분위기

한일 양국의 갈등이 전면적 '경제전쟁'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업종별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반도체와 전자 등 일본 소재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연말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대체재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터리·화학 업종은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소재·부품 국산화 노력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대체 조달처 확보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 제품의 대체재를 찾기 위해서는 앞으로 최단 2개월에서 최장 6개월의 테스트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업계는 최근 국내외 업체들의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도 '99.9999999999%'(트웰브 나인)로 알려진 일본 제품 수준의 품질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순도가 조금 낮더라도 대체만 가능하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는 2.5개월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LG디스플레이도 앞서 "중국산과 국산 등 대체재를 찾고 있다"면서 "현재 테스트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소재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그룹 계열 반도체 소재 회사인 SK머티리얼즈는 최근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최종 검토를 마친 뒤 설비 개발에 착수했으며, 올해 말 샘플 생산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산 제품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은 중국, 유럽, 미국 등 기술력이 조금이라도 확보된 지역에서 대체품을 찾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일본 업체들이 높은 '특허장벽'으로 신규 진입을 막기 때문에 소재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핵심 소재 공급 업체를 교체할 경우 고객사마다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문제도 있어 대체품을 찾더라도 교체가 지연될 수 있다.

일본 수출 규제의 다음 타깃으로 꼽히는 배터리, 화학 업종은 단기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4일 집중관리 대상으로 분류한 159개 품목 중 화학제품은 40여개로 가장 비중이 높다. 배터리 업종도 전기차에 쓰이는 일부 소재가 일본산을 대체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 업계는 일본산 제품 수입 절차가 복잡해지고 통관이 까다로워지면 당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지만 반도체 소재 만큼의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리지스트처럼 일본에서만 생산하는 품목이 아니어서 미국, 중국 등 대체수입처 발굴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화학기업이 일본 기업과 합작·협력 관계에 있어 일본이 화학업계를 주요 타깃으로 삼기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배터리 업종의 경우 배터리 셀을 감싸는 파우치, 양극재와 음극재를 접착시키는 고품질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등은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다만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은 일본 의존도가 낮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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