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26억원짜리 잡초투성이 청도 산책로…나랏돈을 이리 썼나

26억원의 국비와 경북도·청도군비를 들여 2009년부터 3년간 만든 경북 청도군 화양읍 동천리 남산계곡의 2.8㎞ 구간이 잡초로 뒤덮인 채 방치된 모습이 공개됐다. 청도의 명산인 남산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애써 돈을 들여 추진한 '남산13곡 관광자원 개발사업'의 하나로 조성된 산책로였지만 제대로 관리를 않은 결과이다. 해마다 관리비 1천만원을 들인다고 하지만 지금 상태로만 보면 실패한 사업이나 다름없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청도군이 청도 8경의 하나로 손꼽는 일출을 비롯한 남산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옛 사람들의 풍류와 멋을 간직한 바위, 정자, 계곡물 등의 문화유산을 묶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에 나선 일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여러 군데의 쉼터와 황토 포장길 같은 친환경적인 편의시설을 갖춘 까닭은 관광객을 모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는 다른 시군에서도 흔한 모습으로 청도군이 마땅히 할 일인 셈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탓에 찾는 사람의 불만이 넘치고 관리비만 헛쓰는 일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안내판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라고 하니 무책임한 관광행정은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특히 경북에서도 낮은 15~16%의 재정자립도 수준인 청도군이 26억원이라는 큰돈을 투입하고도 이처럼 손을 놓고 있으면서 다른 사업 추진을 명분으로 국비나 도비 예산을 바라면 과연 수긍이 될까.

이런 사례는 물론 청도 외에도 있다. 경북의 또 다른 군은 정비 지원으로 20억원 넘는 돈을 들여 농촌마을활성화 시설을 짓고도 운영난으로 결국 문을 닫았으니 말이다. 엉성하고 부실한 관리를 보면 나랏돈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실 행정의 반성도 모자랄 판에 청도군은 되레 지난해 숱한 상을 받았다는 등 자랑에 열심이어서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세금은 결코 그렇게 허투루 쓰라고 준 돈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염치를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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