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극으로 치닫는 반일감정에 지역 일식집, 선술집 등도 전전긍긍

이름빼고 다 국산, 매출 타격에 눈치만 볼 수 밖에 없어
일본주류 판매않겠다는 일식집도 있어

8일 대구 시내 한 대형 일식집 외관에 일본 주류판매를 중단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일식집 대표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처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응수위가 낮다며
8일 대구 시내 한 대형 일식집 외관에 일본 주류판매를 중단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일식집 대표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처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응수위가 낮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을 강력하게 규탄하고자 현수막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의결로 반일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지역 일본 선술집, 일식 전문점 등도 불매운동의 여파가 번지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식집은 곧 '일본 제품을 판다'는 편견 탓에 손님이 줄어든 것은 물론,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한 일식당에서 반주와 함께 식사를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는 등 불똥이 엉뚱한 자영업자들에게로 번지고 있는 것.

5일 점심시간인 낮 12시쯤 중구 동성로 내 초밥, 일본 가정식, 일본 라면 전문점 등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가게는 몇 달 전 길 밖에까지 길게 대기줄을 섰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손님이 줄어든 곳도 있었다.

일본 선술집들도 장사가 안되긴 매한가지였다. 올 초까지 일본풍의 선술집과 퓨전 이자카야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동성로 일본식 라면 전문점 한 업주는 "일본 불매운동의 타격이 상당하다"며 "이름만 일식이지 식재료 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직원들까지 다 한국인인데 괜한 눈총을 받으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SNS 등에도 대구에서 일식집을 열었다 불매운동의 여파를 맞았다는 사연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5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구 중구에 일식집을 열었다는 한 누리꾼은 "지난달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나서는 매출이 전달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불매운동이 자국민까지 피해를 입혀선 안된다. 현명한 불매운동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일식집도 있다.

지난 달 부터 일본 주류 판매를 중지한 수성구의 한 대형 일식전문점 관계자는 "손님들도 아예 일본술은 주문하지 않는다. 간혹 누군가 주문하더라도 옆에서 말리는 경우도 있더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감정에만 치우치지 말고 현명한 불매운동으로 우리의 뜻을 관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환 계명대 교수(일본학 전공)는 "일본의 행태에 잘못된 점은 분명히 주장해나가되 일본사람을 배척해선 안되며, 그 과정에서 우리 자영업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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