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 증시가 '쇼크'를 먹었다. '블랙 먼데이'였다.
▶이날 장마감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1.15(2.56%) 떨어진 1946.98,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45.91(7.46%) 하락한 569.76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모두 합쳐 49조2천10억원이 증발했다.
코스피는 3년 2개월여 만의 최저 기록을 썼다. 코스닥도 3년여 만에 하락장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변동(등락)한 시세가 1분간 지속될 경우 주식시장의 프로그램 매매 호가는 5분간 효력이 정지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날 한국뿐 아니라 일본(니케이225)과 중국(상해종합) 증시도 하락했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전일 대비 366.87(1.74%) 떨어진 20720.29를, 중국 상해 지수는 전일 대비 46.34(1.62%) 감소한 2821.50을 기록했다.

모두 미중 무역분쟁 악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국의 경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경제 보복 조치 장기화 조짐 영향도 받았다는 분석이 더해진다. 가령 한국 증시를 떠받치는 주요 투자 종목인 '반도체'와 관련, 향후 전망을 좀 더 어둡게 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밖에도 여러 요인으로 외인 매도가 이어지며 자금이 빠져나가 원/달러, 원/엔, 원/유로 등 주요 환율이 지난 2일 금요일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풀이다.
▶그러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의 하루 기준 역대 하락 기록에 눈이 쏠린다.
하락율만 따지면 우선 코스피의 경우 1981년 1월 5일 13.2%(13.92) 하락한 게 최고 기록이다. IMF 시기인 1998년 6월 12일 8.1%(26.61) 떨어진 기록도 회자된다. 21세기 들어서는 2001년 9월 12일 12.02%(64.97) 감소한 게 주목된다.
하락한 지수 자체만 따지면 2007년 8월 16일이 단연 눈길을 끈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만에 126.50(9.44%) 떨어져 1691.98을 기록한 날이다. 이날은 코스닥 지수가 10.15%(77.85) 떨어져 689.07를 보이며 최대 낙폭을 기록한 날이기도 하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함께 '흑역사'를 쓴 2007년 8월 16일. 오늘인 8월 5일이므로, 거의 12년 전이다. 이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바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여파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던 일명 '세계 금융위기'의 서막이 걷히던 시기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2007년, 금융위기는 2008년에 발생한 것으로 다수 언론 보도에 적혀 있지만, 하나의 흐름을 공유하는 두 사건에 대한 구분이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당시 코스닥은 이렇게 움직였다.
2007년 8월 9일 812.69에서 ▷8월 10일 24.28 ▷8월 13일 2.21 ▷8월 14일 19.28 ▷8월 16일 77.85 ▷8월 17일 15.59 이렇게 5영업일 동안 지수가 총 139.21가 하락한 바 있다. 다음 날인 8월 20일 지수가 48.11 급상승한 것에 이어 10월 4일에야 814.72로 하락세 시작 당시쯤의 지수를 다시 채웠다.
이후 코스닥 지수는 700 중후반대와 800 초반대 안에서 움직이더니 12월 21일에는 697.46을 기록하며 700대가 깨지기도 했다. 이어 다음 해인 2008년 1월 30일에는 603.11을 기록하고 다시 3월 17일에는 600.68을 기록하는 등 600대 벽이 깨질 뻔한 위기를 거듭했다.
그러나 결국 6월 27일 594.63으로 600대 벽이 깨진 데 이어, 8월 21일에는 495.15로 500대 벽이 깨졌고, 추락을 멈주치 못해 10월 27일 261.19까지 내려가 바닥을 찍기도 했다.
▶같은 시기 코스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07년 8월 9일 1908.68에서 ▷8월 10일 80.19 (8월 13일은 20.77 상승) ▷8월 14일 31.37 ▷8월 16일 125.91 ▷8월 17일 53.91 등 5영업일 간 지수가 270.61 하락했다. 역시 다음 날인 8월 20일 지수가 93.20 급등한 데 이어 9월 20일에야 1908.97로 하락세가 시작된 시점의 지수를 회복했다.
이후 10월 2일에는 지수가 2000을 돌파했다가도, 한달여 뒤인 11월에는 또 다시 급락을 지속, 11월 23일 1772.88까지 무섭게 떨어지기도 했다.
2007년 12월 한국 증시에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코스닥이 700대가 깨졌던 12월 21일에 1주일 앞선 12월 14일, 코스피는 1900대가 깨졌다. 이날 1895.05의 지수를 기록했다. 이어 다음 해인 2008년 1월 11일에는 1800대가 깨져 1782.27의 지수를 기록했다. 이어 불과 열흘 뒤인 1월 21일 지수 1683.56으로 1700대가 무너졌다. 또한 역시 약 열흘 뒤인 1월 30일에는 1600대마저 놓치며 1589.06의 지수를 기록했다.
봄은 오는둥 마는둥 했다. 즉, 회복하는듯 착시를 일으켰던 코스피는 2008년 6월부터 코스닥과 연동돼 지수 하락세를 급히 또는 서서히 재차 또 재차 겪어나갔다. 6월 10일 1800대(1774.38), 6월 27일 1700대(1684.45), 7월 4일 1600대(1577.94), 8월 22일 1500대(1496.91), 9월 16일 1400대(1387.75)가 잇따라 깨졌다.
▶이어 지수 1400대에 주로 머무르던 코스피 앞엔, 2008년 10월 한 달 동안의 정신이 아찔할 급락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1400대에서 900대까지 순식간에, '날개 없이' 추락했다. 물론 급락장이 이어지며 일시적으로 매수가 몰린 급등장도 있긴 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당시 주요 하락장 기록만 따지면 이랬다.
▷10월 6일 지수 1400대 깨짐(당일 종가 1358.75)
▷10월 8일 1300대 깨짐(1286.69)
▷10월 17일 1200대 깨짐(1180.67)
▷10월 23일 1100대 깨짐(1049.71)
▷10월 24일 1000대 깨짐(938.75)
이후 회복세라고는 할 수 없는 지루한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는 다음 해인 2009년 봄~여름쯤에 이르러서야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분명 그때와 지금의 위기 상황은 다르다. 2007년 8월 당시는 1년 후 닥칠 세계 금융위기의 조짐이 서서히 드러나던 시기였고, 이번 코스피·코스닥 급락은 한창 진행돼 온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이 좀 더 악화한 게 영향을 미쳤는데 이런 수준이 잠깐에 그칠 지 아니면 장기화할 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차이점이다.
그러나 원인이야 어쨌든 당시 한국 증시가 2년 동안 하락세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양상이, 이번에도 비슷하게 나타날 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향하고 있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언급하며 한국 경제의 체급 및 체력, 즉 펀더멘탈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1년 앞서 금융위기의 조짐을 보여준 2007년의 흐름도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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