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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이야? 미술관이야? 천재미술가 엄재국씨가 운영하는 경북 문경 뮤지엄 웨딩홀

엄재국 작가가 2년에 걸쳐 완성한 자신의 역작인
엄재국 작가가 2년에 걸쳐 완성한 자신의 역작인 '군중의 시선 1-2' 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도현 기자

"예식장이야? 미술관이야?"

경북 문경시 흥덕동에서 20여년간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황제예식장이 최근 '아트포임 뮤지엄 웨딩홀' 이란 미술관 겸 예식장으로 새롭게 꾸며져 눈길을 끌고 있다.

신랑신부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제공하고 하객들에게는 흔치 않는 미술관 혼례를 선보여 색다르다는 반응이다.

5층짜리 뮤지엄 웨딩홀의 주인은 시인 겸 미술가인 엄재국(59) 씨다.

그는 시와 그림은 물론이고 조각, 사진, 설치미술, 개념미술 등 6개 분야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4층 전용 전시실을 비롯해 나머지 4개층의 벽면과 야외 곳곳에 전시된 6개분야 80여 점 모두가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건물 역시 20여 년 전 엄 작가가 지은 것이어서 건물전체 모든 것이 엄 작가의 예술혼이 깃들었다 해도 무방하다.

엄재국 작가가 자신의 미술작품
엄재국 작가가 자신의 미술작품 '주홍빛 장미에 바치는 노란장미의 헌사' 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도현 기자

엄 작가는 2001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정비공장 장미꽃', '나비의 방' 등 시집을 펴냈다.

특히 '정비공장 장미꽃'은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문학청년인 그가 대학 등에서 미술 등을 배운적이 없는데도 조각 등 5개분야를 거의 독학으로 개척해낸 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문경에서는 천재 미술가로 통한다.

그는 "성공과 실패 과정이 있었지만 항상 연구하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시와 미술은 은유와 환유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분야"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문경 뮤지엄 예식장 개관식에서 엄재국(왼쪽에서 3번째) 작가가 부인 송희순 씨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축사를 경청하고 있다. 고도현 기자
지난달 29일 열린 문경 뮤지엄 예식장 개관식에서 엄재국(왼쪽에서 3번째) 작가가 부인 송희순 씨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축사를 경청하고 있다. 고도현 기자

그의 미술품 대부분은 모두 그의 시와 관련된 것으로 시에서 영감을 받거나 시상을 표현한 창작품이다.

시 창작 핵심의 하나인 은유나 환유, 또는 환상성과 같은 표현 양식기법이 미술에 반영되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추상성과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그가 철조망을 갖고 맨손으로 만들었다는 '군중의 시선 1-2'도 그의 시를 모태로 한 대표적 역작이다.

제작에만 2년이 걸렸고 손은 상처투성이가 될 만큼 과정이 험난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문경 뮤지엄 웨딩홀 개관식에서 엄재국 작가·송희순씨 부부(왼쪽 다섯번째부터)가 고윤환 문경시장과 김인호 시의장 고우현 도의원 등 기관장들과 함께 자신의 미술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도현 기자
지난달 29일 열린 문경 뮤지엄 웨딩홀 개관식에서 엄재국 작가·송희순씨 부부(왼쪽 다섯번째부터)가 고윤환 문경시장과 김인호 시의장 고우현 도의원 등 기관장들과 함께 자신의 미술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도현 기자

그는 "처음 작품을 보면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정서적 감각 뿐만 아니라 논리와 철학으로 작품에 접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엄 작가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시를 썼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어느날 세상 앞에 내보이고 싶었고 부부의 새출발을 시작하는 예식장에 전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미술예식장으로 리모델링했다"고 말했다.

문경 아트포임 뮤지엄 웨딩홀은 예식이 없는 평일에는 미술관으로, 주말에는 미술작품 가득한 예식장으로 시민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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