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남북경협으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는다는 황당함

5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할지 국민의 관심은 매우 컸다. 현재의 위기에 대처할 실질적 대책을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에게서 나온 소리가 "남북이 경제협력을 해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는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평화경제론'이었다.

일본의 보복으로 6개월 뒤에는 일본의 소재부품을 쓰는 국내 기업의 위기가 현실로 닥친다. 그러나 평화경제는 언제 실현될지, 아니 가능할지조차도 가늠할 수 없다. 남북경협을 하려면 대북 제재가 풀려야 한다. 그 전제 조건은 북한 비핵화이다. 그러나 북한은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다. 각각 3차례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과 최근의 미사일 도발이 확인해주지 않았나.

어떤 근거에서 평화경제가 일본의 우위를 단숨에 따라잡게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북한은 1인당 소득이 가장 낮은 최빈국 중 하나다. 경제 규모가 라오스와 비슷한데 라오스의 경제 규모는 우리의 1% 수준이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라오스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와 경제협력은 도움이야 되겠지만 성장동력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며 "최소한 10년 이상 고도성장을 해야 그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GDP는 2017년 -3.5%에 이어 작년에는 1997년 이후 최저인 -4.1%로 곤두박질했다.

"일본 경제가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內需) 시장"이란 발언은 무지(無知)하기까지 하다. 경제 규모와 내수 시장에서 일본이 우리보다 우위인 것은 맞다. 그러나 본질은 이게 아니다. 바로 기술력 격차다. 그 격차 때문에 우리가 일본에 당하고 있지 않나. 핵과 미사일 기술 말고는 없는 북한과 경협을 하면 우리 기술력이 일본을 어떻게 단숨에 따라잡을지 의문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발언 다음 날인 6일 보란 듯이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북한에도 '평화경제'가 황당한 소리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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