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비의 집/ 박은순

박은순 씨
박은순 씨

폭우가 쏟아지는 저녁

신창행 전철을 기다리고 서 있다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내게로 몰려온다

도망치듯 전동차에 타고 문이 닫힌다

나를 놓친 그 빗물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겠지

젖은 바짓단을 접어 올리다가

구두 속을 흥건히 채운 빗물을 본다

생이 아프고 축축하다고 쏟아낸 사람들의 눈물이 저렇게 돌아오고 있을까

비는 점점 더 세게 내린다

내가 미처 닦아주지 못한 너의 눈물과

네가 닦아주지 못한 내 눈물이

젖은 몸을 섞고 있다

몰래 울어도 이렇게 줄줄이 들키고 마는 것

오늘 밤

내 몸 가장 낮은 곳에 와 있는 너를 위해

나는 비의 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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