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거리는 저, 물컹한 것 속에는
대체 어떤 집요함이 있어
출구가 없는 여기까지 온 걸까
벌레가 사과 한 알을 먹어 치우기 위해선
치열하게 세상을 녹일 기세로 덤벼야 한다
뭉텅한 입은 심장을 겨냥하고
느려터진 발은 시간을 정조준 해야 한다
조용히, 고양이 발자국보다 더
숨죽이며 조금씩 오랫동안 전진해야 한다
식탁위에서 사과는 속수무책 쪼그라들어
이리저리 구르며 애물단지가 된다
이번 생은 벌레를 안고 늙어가는 것도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
과도를 들이대다가 문득, 가슴 저린다
내 속에서 스멀대는 것들
한때 목숨처럼 나를 파먹던 기억이
헐렁해진 힘줄을 팽팽하게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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