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기술력으로 도약 꿈꾸는 대구 기업들

전기차 모터 소재, 반도체 부품 자체 생산하는 곳은 오히려 호재

일본 수입 비중이 높은 전기차 모터부품을 생산하는 대구 달서구 성림첨단산업(주) 전경.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일본 수입 비중이 높은 전기차 모터부품을 생산하는 대구 달서구 성림첨단산업(주) 전경.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경북 성주에 있는 생산설비업체 A사는 작년 눈물 속에 폐업을 맞았다. 작업 속도와 정밀성이 뛰어난 초고속 금속정밀가공기 개발에 성공했지만 회사 인지도가 낮은 탓에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정밀가공기 개발 공로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장영실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나 익숙한 일본산 설비를 바꾸려는 업체는 많지 않았다.

A사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키로 결정하면서 오히려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일본산 설비 수입이 어려워질 경우 국산 수요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영업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A사 대표는 "공장은 멈춰 있지만 아예 사업을 정리한 것은 아니다. 물건을 만들어도 사는 곳이 없어서 그렇지 판매처만 생기면 다시 생산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우리 제품이 기술력에서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수입산이 독점하다시피 한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대구경북 상당수 기업들이 피해를 우려한다.

그러나 자체 기술력을 무기로 이번 사태를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삼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생산설비, 전기차 부품 등 그동안 일본 제품이 독점해 온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 회사들은 이번 한일 무역전쟁을 계기로 매출 증대를 노린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성서산단)에서 희토류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성림첨단산업 역시 일본의 수출규제로 매출 증대가 기대되는 곳 중 하나다. 주력 제품인 희토류 영구자석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모터, 로봇 센서 등 일본산 비중이 높은 분야에 쓰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현재 현대차 소나타, 그랜저 하이브리드 차량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성서산단에서 반도체 필수장비인 블랭크마스크를 생산하는 에스엔에스텍, 대구 동구에 있는 의료기기 제조업체 마이크로엔엑스 또한 의료용 모터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 IT 제품에 쓰이는 적층세라믹커페시터(MLCC) 생산에 성공해 현재 삼성전자의 납품 테스트를 받고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도 국산화 기술을 개발한 업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소재부품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한 만큼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가려고 한다"며 "구체적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수입산을 대체생산할 수 있는 기업들을 수합하는 등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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