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생수업/엘리자베스 퀴브러로스. 데이비드 캐슬러/류시화 옮김/이레. 2014.

생의 마지막에 원하게 될 것을 지금 하라

"많은 시작의 순간에 있었다면 그것들이 끝나는 순간에도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상실이 크다고 생각된다면 삶에서 그만큼 많은 것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많은 실수를 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 것보다 좋은 것이다."(p3)

"그래, 맞아, 내게 한 말이야"로 첫 문장을 시작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인생수업』은 '웰~다잉' 수업에 참석하면서 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세상은 신기하고 궁금한 것으로 가득했다. 내가 왜 나인지? 꽃은 어떻게 꽃으로 태어나는지? 등 수많은 궁금증과 함께 성장했다. 사람이 살다가 왜 죽어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생로병사에 관해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게 되었고 이 책이 나의 답답한 마음 한구석을 시원케 하였다

정신의학자로서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저자 엘리자베스 퀴브러로스는 192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세쌍둥이 중 첫째로 태어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면서 자랐다. 자신의 일생을 임종 연구에 바치기로 결심한 저자는 미국 타임지에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임종 연구 분야의 개척자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 라는 질문을 평생 놓지 않으며 많은 연구 업적을 쌓은 공로다.

이 책은 제자 데이비드 캐슬러와 함께 죽음 직전에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그분들이 말하는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받아 적어 살아 있는 우리에게 강의 형식으로 전하고 있는 책이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려고 최초의 시도를 합니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에 자신이 얼마나 붙잡혀 사는지 알면 놀랄 것입니다.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p31)

정윤희 작
정윤희 작 '유유자적'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신이 누구인지, 또는 당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라 한다. 하지만 다양한 인생의 수업방식 중에서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고단한 삶에 처해있을 때 자기 인생을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진정한 자신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인간적인 자아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몸과 마음이 다른 곳에서 바쁜 사람들에게는 고상한 말로 들리고 어려운 말일 뿐이다.

그러나 죽음을 눈앞에 둔 인생수업의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삶에 대하여 최선의 길을 가르쳐 주는 좋은 스승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임종을 앞둔 79세 로레인이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한 것은 17세 소녀처럼 열정적으로 춤을 춘 것이었다. "춤을 출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이며 내일은 없다." 라고 하는 그녀의 말에서 삶이 얼마나 소중하며 춤추는 것을 호흡하고 있는 이 순간에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암으로 죽어가는 아홉 살 소년의 마지막 소원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이다.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지만 파리하고 창백한 얼굴로 동네 한 바퀴를 돌고는 동생에게 자전거를 물려주고 며칠 후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가 죽음의 순간에 느끼게 되는 삶에 대해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고 우리의 무뎌있는 감각을 일깨운다. 살아 있는 자들이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려면,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것과 자기 인생을 살되 모든 날을 최대한으로 살아가라고 『인생수업』 권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땅에서 해야 하는 행복한 숙제이기에 '하고 싶은 일' 은 미루지 말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지금 해야만 하는 것이다,

정윤희 학이사 독서 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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