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에 사는 일본인 A(25) 씨는 최근 대구를 포함한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말리는 지인들도 있었지만, 몇 해 전 경북대에서 1년간 유학하면서 만난 한국인들에 대한 믿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A씨는 "실제로 만나본 한국인들은 주변에서 말하듯 일본에 지나친 적대감을 보이지 않았다"며 "사람 사이의 교류와 소통은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여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둘러싼 대법원 판결과 이에 따른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민간에서는 얼어붙은 관계를 풀어나가려는 대화와 소통의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북 여행전도사'를 자청하는 일본 여행작가 야스다 료코(安田良子·56) 씨는 오는 9월 자신이 사는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에서 여행객들을 모아 대구경북을 둘러볼 계획이다. '안소라'라는 필명으로 한국 관련 여행책을 9권이나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지난달 초에도 '경북 여행 가이드북'을 냈다.
야스다 씨는 "한일관계가 악화해 마음이 아프다"면서 "9월에는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가이드북 취재를 갔을 때처럼 버스나 열차를 타고 한국 관광지와 친구들을 두루 소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구 중구 북성로에 있는 한·일 민간교류 카페 '대구하루'에서는 일본문화강좌와 일본 유학생 대상 인턴십, 각종 문화체험교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일에도 일본인 강사가 진행하는 문화강좌가 열렸고, 이곳에서 인턴을 했던 일본인 유학생이 국내 대기업에 취업해 찾아오기도 했다.
박승주 대구하루 대표는 "정치적 상황이 어떻든,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는 이어져야 양국 간의 평화로운 미래도 기대할 수 있다. 민간교류가 최후의 교두보"라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대구 중구 약전골목 중앙한약방 박신호(53)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 불안해하는 일본 지인들을 안심시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실제로 일본인 관광객들을 만나보면, '그냥 한국이면 다 좋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마저 한국에 등 돌리게 해서는 양국 관계에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현지에서도 한국과 같은 분위기가 등장했다. 이달 초부터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한국 여행기나 한국인 친구와의 사연, 한국 음식 등을 담은 사진을 올리며 '좋아요_한국'(好きです_韓国)이라는 해시태그가 급증하고 있는 것.
한 일본 누리꾼은 인스타그램에 "항상 친절한 한국 분에게 도움을 받고, 한국 여행도 늘 즐거웠다. 빨리 이 상황이 나아져 좋은 기억밖에 없는 한국에 또 가고 싶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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