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만있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무더위 아랑곳없이 자립 구슬땀 흘리는 쪽방주민들

자원개발능력원, 목공 기술 전수, 농촌일자리 연계, 도시락 가게 운영 등으로 쪽방주민,노숙인 자립활로 모색

6일 대구 행복나눔의 집에서 쪽방촌 주민들이 목공기술을 배워 도마를 만들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6일 대구 행복나눔의 집에서 쪽방촌 주민들이 목공기술을 배워 도마를 만들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가만히 있으면 아무 변화도 안 일어나잖아요. 다른 쪽방촌 주민들에게 도전해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 6일 오전 10시쯤, 대구 중구 행복나눔의 집 목공소 안에는 쪽방주민 3명이 원목 도마를 옮기고 대패질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재료로 쓰이는 2m가 훌쩍 넘는 원목과 드릴기계와 샌딩기 등 장비가 갖춰져 있었다.

쪽방주민 A(57) 씨는 "톱으로 원목을 자른 뒤 도마 구멍을 내거나 모양을 내는 작업을 한다"며 "수제 도마는 단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쪽방촌 주민들이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립의 꿈을 키우고 있다. 대구 중구 행복나눔의 집에서는 쪽방주민과 노숙인들이 목공 기술을 배워 도마를 만들어 팔거나, 건설직 근로자로의 활로를 개척하는 등 자활지원사업이 한창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도마 하나 완성하는데 짧게는 4일, 길면 1주일이 걸릴 만큼 손이 많이 간다. 여러 번 천연기름을 바르고 닦아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탓이다.

자활에 나선 이들은 팥죽땀을 흘리면서도 연방 웃음꽃을 피웠다. 직접 만든 도마를 보여주며 목재별 특징을 설명하는 신경식(65) 씨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과거 국내 굴지의 기업 연구원으로 일한 적도 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노숙·쪽방촌 생활을 한 지 11년째라는 그는 지난해 초 행복나눔의 집을 찾았다가 목수의 길을 택했다.

신 씨는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도마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도마를 만들고 카페를 관리하면서 새 삶을 찾았다. 목공기술을 배워 건설직 근로자로 일하는 주민들을 보면 힘도 난다"고 환하게 웃었다.

목공소가 있는 D.I.Y 행복나무카페는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이 운영하는 이팝나무사업단 중 하나다.

대구쪽방상담소, 행복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현재 쪽방주민, 노숙인들의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이팝나무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목공뿐만 아니라 농촌 일자리 연계, 도시락 제작 판매, 헌옷 리폼, 과일 가게 등 사업도 다양하다. 돈도 벌고 같은 쪽방촌 주민들을 돕기도 한다.

호응도 높다.

쪽방촌 주민 B(54) 씨는 "농장에 가서 일하고, 복숭아를 따와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며 "일하는 성취감도 느끼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 고립감에서도 벗어났다"고 했다.

장민철 대구 쪽방상담소장은 "주민들 자립문제는 근로능력 개발과 일자리와 밀접하다" 며 "앞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립에 나서는 것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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